의리는 살아있다!… 퇴직자에 성과금 몰래 입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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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재직 때 공을 세운 퇴직사우들에게 5천만원 정도 준 것 뿐인데 쑥스럽네요."

한림창업투자의 정삼수 사장(57)이 최근 벤처투자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성과금)를 10여명의 직원 뿐아니라 1~3년전 퇴직한 직원 세명에게도 나눠줬다.

한림창투를 퇴직한 뒤 한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에 근무 중인 윤창렬(46)씨 등 세 명은 얼마전 자신들의 통장에 영문을 알 수 없는 4천만~5천만원씩이 들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확인 결과 전에 몸담았던 한림창투의 정사장이 보낸 것임을 알았다.

이들은 "일단 회사를 그만두면 남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벤처캐피털 업계의 풍토에서, 더욱이 경제사정이 나쁜 상황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 정사장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하지만 정사장은 "1995년 결성한 투자조합이 지난 6월에 만기가 되면서 수백억원대의 수익을 남겨 도리를 다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 퇴직자는 99년 세원텔레콤에 4억원을 투자해 4백46억원의 수익을 실현하는 등 '대박'을 터뜨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게 정사장의 평가다.

정사장은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퇴직한 뒤에도 공평하게 보상하는 것을 전통으로 만들고 싶다"며 "이번 일이 새로운 업계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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