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 종목추천 '한수 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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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외국계 증권사가 추천하는 종목들이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이후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주도하면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본지와 한화증권이 공동으로 국내에 영업중인 외국계 증권사들이 지난 9월 투자의견을 조정하거나 신규로 내놓은 11개사의 주가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9개 종목이 외국계 증권사들의 투자의견과 같은 방향으로 주가가 움직였다.

특히 일부 종목들의 경우 매수추천후 두 달여만에 40%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대체로 적중한 투자의견=SG증권이 지난 9월 1일 매도에서 매수로 투자의견을 조정한 삼보컴퓨터는 그후 주가가 급등해 지난 12일 현재 45.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ABN암로증권이 지난 9월 24일 투자의견을 비중축소에서 비중확대로 상향 조정한 현대백화점도 추천일로부터 지난 12일까지 주가가 무려 40% 가까이 올랐다.

업종별로 살펴봐도 ING베어링증권이 9월 말 투자등급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올린 조선업종의 업종지수가 약진했다. 추천일 이후 대우조선.삼성중공업 등이 각각 10~30% 오른 것이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들이 좋지 않은 투자의견을 내놓은 기업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UBS워버그증권이 지난 9월19일 비중축소 투자의견을 낸 안철수연구소는 추천일 이후 지난 12일까지 26%가량 하락했다.

물론 외국계 증권사라고 투자의견이 모두 적중한 것은 아니다. 하나로통신.제일제당 등 2개사의 경우는 투자의견과 주가가 거꾸로 움직였다.

◇ 왜 그런가=애널리스트들의 전문성과 정보네트워크면에서 국내 증권사들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투자정보사이트인 fn가이드가 증권사별 기업담당 애널리스트 평균 경력을 조사한 결과 상위 1~4위가 외국계증권사였다.1위인 골드만삭스증권이 평균 8.3년인데 반해 국내증권사들의 근무경력은 대개 6년에도 미치지 못했다.

애널리스트가 담당하는 개별 종목의 수도 외국계는 5~7개인데 반해 국내 증권사는 대개 10개를 웃돈다.

이밖에 외국계증권사들은 해외 펀드매니저들과 수시로 투자의견을 교환하고,본사에서 든든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SG증권 서울지점 고원종 상무는 "외국 펀드매니저들이 국내증권사 보고서를 보고 매매를 결정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계 증권사의 분석력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전문가들도 있다.

강세장이었던 지난 9월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창구 역할을 한 외국계 증권사의 시장 지배력이 높았지만,장이 약세로 돌아서면 사정은 또 달라질 수 있다고 이들은 지적한다.

임봉수.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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