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여객기 추락 후…주가는 반등·유가는 급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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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아메리칸항공(AA)여객기 추락사고에도 불구하고 뉴욕 등 세계 주요 증시는 별로 동요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초대형 사고가 터지면 주가는 떨어지고 국제 유가는 올라가는데 이번엔 정반대였다.

'9.11 테러'의 충격이 워낙 컸던 터라 단순 사고 정도는 피해규모가 커도 견딜 만하다는 것이다.

최근 며칠 오름세를 보이던 유가는 항공승객이 더욱 줄어들고 이럴 경우 항공기름 수요도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에 따라 크게 떨어졌다.

항공.관광업계는 이번 사고로 설상가상의 국면을 맞게 됐다.

◇ 증시 빠르게 안정=12일 나스닥지수는 사고 직후 2.5% 급락했으나 소폭(0.64%)오름세로 장을 마쳤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도 2% 이상 떨어졌다가 서서히 회복해 낙폭이 0.56%로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처음에는 투매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단순사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하락폭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런던.프랑크푸르트.파리 등 유럽 주요 증시도 이날 장중 폭락세에서 벗어나 1~3%의 내림세로 거래를 마쳤다.

달러화 가치는 이날 런던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1백19엔대로 밀리기도 했으나 곧 1백20엔대로 반등했다. 13일 도쿄 시장에선 달러당 1백21엔에 육박하는 강세를 보였다.

◇ 유가는 급락=이날 중동산 두바이유는 전날보다 1달러 이상 낮은 배럴당 18달러선을 기록했으며, 북해산 브렌트유와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도 각각 1달러 안팎 떨어졌다.

이번 사고로 사람들이 비행기 타기를 더욱 꺼릴 것이고, 항공사들의 기름 수요도 줄어들게 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당초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동조해 원유 생산량을 대폭 줄일 것으로 알려졌던 러시아가 하루에 3만배럴만 감산하겠다고 밝힌 것도 유가 하락세를 부추겼다.

이 정도는 러시아가 수출하는 원유의 1%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 항공.관광업계에 치명타=9.11 테러 이후 위기에 몰려 있는 미국의 항공.관광업계가 이번 사고로 치명타를 맞았다.

이날 뉴욕증시의 AA 주가는 9%나 떨어졌으며, 델타(10%).콘티넨털(9%).유나이티드(5%) 등 다른 항공사들의 주가도 폭락했다.

메리어트호텔 체인을 운영하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온라인 여행사인 프라이스라인닷컴의 주가도 각각 4% 정도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테러사태 이후 손님이 줄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항공.관광업계가 다가온 추수감사절(22일)연휴에도 별 재미를 보지 못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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