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5개월 표류 어부 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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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태평양 망망대해에서 약 5개월간 빗물로 목을 축이고 물고기와 새를 잡아 허기를 달래며 표류하던 어부 두 명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영화를 방불케 한 휴먼드라마의 주인공은 서사모아 국적의 텔리 파아(27)와 동료인 라파일리 토피(36).

지난 6일 구조 당시 파아는 1주일만 구조가 늦었어도 목숨을 잃을 뻔할 정도로 쇠약한 상태였지만 토피는 부축을 받으며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지난 6월 20일 서사모아 연안에서 고기를 잡다 조난당해 소형 알루미늄 선박에 의지한 채 파푸아 뉴기니까지 약 4천㎞ 가량을 정처없이 표류했다.

조난당한 이유는 물고기를 너무 많이 낚아 올린 탓에 7m 길이의 알루미늄 어선이 물 밑으로 상당부분 가라앉았기 때문. 선체가 침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두 사람은 낚싯줄을 끊고 배에 장착된 모터 등 주요 장비를 떼어내 버렸지만 거세게 밀려오는 조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동력이 끊어진 배를 타고 속수무책으로 1백32일간 조류에 밀려 망망대해를 떠돌다 파푸아 뉴기니 노르만비 섬 부근에서 마지막 남은 조명탄을 발사했다. 우연히 해변을 거닐던 한 주민이 이를 목격함으로써 천신만고 끝에 구조됐다. 동승했던 다른 두 명의 어부는 표류 중 사망했다.

주치의인 파푸아 뉴기니 알로타우 병원의 배리 커비는 "두 어부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살겠다는 강한 의지 덕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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