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아트센터서 박태온 설치작업전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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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14~20일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 1전시장에서 열리는 박태온(53)전은 '남성적 권위와 여성적 포용이 대립.공존하는 공간'(미술평론가 심상용)을 보여준다.

출품작은 거미줄.새장.넥타이의 이미지를 이용한 20여점의 설치작업.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커다란 우리(새장)속에 넥타이 20여개가 걸려있는 '영원한 모성#9'.

깔끔한 새장 속에 후줄근한 넥타이들이 걸려있는 모습은 남성을 정비하고 쉬게 해주는 모성을 나타낸다. 반대로'영원한 모성#5'같은 작품에서는 넥타이들이 우리를 완전히 덮고 있어 가정과 모성을 보호하는 남성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남성의 사회적 위상은 안쓰러울 때도 있다. 수십장의 넥타이가 바람에 휘날리는 형상으로 걸려있는'나의 풍경#9'를 보자. 줄을 맞춘 넥타이들은 빡빡한 조직 속에서 하나의 부품에 불과한 직장남성의 삶을 은유한다.

벽에 걸린 넥타이를 거미줄망이 덮고있는'나의 방'은 가정에 돌아온 남성을 여성이 정비하는 양상이다.

페미니즘적 여운이 느껴지는 작품으로는 거미줄로 짠 원피스 모양의'무제'가 있다. 구슬을 중심으로 한 거미줄 그물로 만든 치마형상은 '치장한 여성'의 덧없음과 부드러움을 함께 상징한다.

그의 페미니즘적 시선은 여성의 고뇌나 두려움,이를 극복하려는 전투적인 자세를 나타내기 보다는 현재의 실상을 드러내면서도 화해하고 치유하려는 시선을 견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한국의 전통적 여성상은 스스로의 고유한 가치를 상실한 텅 빈 이미지로 내게 다가온다. 거기서 빈 집의 거미줄 이미지를 도입했다. 하지만 인디언 신화에서 보듯 거미줄을 짜는 여인은 인류의 어머니-대지모신이기도 하다. "고 설명했다.

미대에 가려던 꿈을 접고 대학.대학원 시절 가정학을 전공한 작가는 47세의 나이에 본격적인 그림공부를 위한 유학을 결심, 미국 패서디나의 아트센터 디자인 대학(순수미술 전공)을 졸업했다. 이번이 귀국후 첫 개인전이다. 02-736-1020.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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