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열린마당

서울시청 광장 집회 자제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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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 5월 자동차로 가득했던 서울 도심의 시청 앞에 탁 트인 푸른 광장이 생겨 감격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광장이 특정 이익집단의 정치적 집회 장소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19일 열린 전국농민대회의 경우 휴일이 아닌 평일, 그것도 가장 분주하고 교통량이 많은 금요일 오후에 진행됨으로써 인근 직장인에게 많은 불편을 줬다.

13일의 민중연대 집회 때는 경찰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폭력이 난무했고, 대형 화분 등 시설물이 파손됐다. 불법 폭력집회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1600여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인구와 차량이 밀집한 도심, 특히 서울광장의 집회는 자제해야 한다. 외국 언론이 우리의 시위 현장을 확대 보도하는 데 대해 우려하면서 서울광장과 같이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된 곳에서 집회를 하도록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인근에 외국 바이어와 관광객들이 투숙하는 호텔이 있어 대외적 이미지 제고에도 좋지 않다.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자유를 지나치게 누리는 데서 발생하는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다중의 시위나 집회 자체가 금기시됐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공권력과 충돌하거나 과격해질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얼마든지 평화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시위를 할 수 있지 않은가.

또 다른 이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는 시위대의 모습은 아무리 정당하고 명분이 있다 하더라도 대중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 자신들의 주장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지를 얻기 위해서라도 평화적인 시위문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종필.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