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음식물 … 지방선거 구태 여전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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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6.2지방선거#1. 모 정당의 동협의회 A(53)회장은 지난달 9일 협의회 소속 지역장과 관리장 등 19명을 한 식당에 모았다. A씨는 기초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B씨를 이 식당으로 불러 선거운동을 하게 하고 41만원 어치의 음식물을 지역장 등에게 제공했다. B씨는 이 정당의 공천 경합을 벌이고 있었다. A씨는 이 자리에서 B씨를 지지하는 발언도 했다.

경북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3일 A씨를 음식물 제공 및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음식을 먹은 19명에게 총 1083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과태료는 음식 값의 30배인 1인당 57만원이다.

#2. 경산시의 모 중학교 교사 C(50)씨는 지난달 15일 경산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모 예비후보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다. C씨는 이 자리에서 자신은 국가공무원이며, 특정 정당의 당원임을 밝히면서 “모 당 모 후보님, 필승하시고 반드시 당선되십시오. 꼭 당선시켜 드리겠습니다” “선관위 누구입니까. 신고할려면 신고하세요” 등 의도적으로 특정 예비후보자를 지지했다. 경북도 선관위는 공무원 신분의 C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29일 검찰에 고발했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북지역에서 선거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북도 선관위는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 지난 2월 2일 이후 이달 7일까지 석달 동안 선거법 위반으로 12건을 검찰 등에 고발하고 3건을 수사 의뢰했다. 경고는 86건에 이른다. 선거전이 아직 본 궤도에 오르지 않아 단속 건수는 많지 않지만 구태는 여전한 편이다.

유형별로는 금품이나 음식물 제공이 2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6건은 고발 조치됐으며 1건은 수사 의뢰됐다.

경산시장 선거에 나서려던 한 입후보예정자는 지난 1월 98명에게 1020만원 어치의 음식물을 제공했다. 음식물을 제공받은 선거구민 71명은 총 2600여만원(최저 30배인 36만7000에서 최고 50배인 61만2000원)의 과태료를 지난달 일괄 부과 받았다. 입후보예정자 등 6명은 구속기소됐다.

인쇄물 배부도 28건이 단속됐다.

경주의 한 식당 주인은 시장 선거 예비후보자의 자서전 50∼60권(권당 1만원)을 선거구민들에게 무료로 주거나 가져가게 했다. 도 선관위는 식당 주인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밖에 C씨 사례처럼 공무원 선거 개입도 7건이 적발됐다.

도 선관위는 지난달 후보예정자의 배우자 등을 대상으로 금품·향응 없는 깨끗한 선거를 위해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설문조사 결과 25.5%는 ‘유권자의 요구가 없어야 한다’, 24.3%는 ‘선거 브로커를 추방해야 한다’고 답했다.

도 선관위는 23개 시·군을 7개 권역으로 나눠 500여 명을 투입, 지속적인 선거부정 감시 활동을 펴고 있다. 도 선관위는 “앞으로는 현직 기초단체장이 공천에서 탈락한 지역 등 선거 과열이 예상되는 선거구를 집중 감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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