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시비 해결…자리잡은 '환경심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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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충북 제천시의 농약 제조업체인 I사는 1일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로부터 인근 주민 1백95명에게 1인당 50만원씩 9천7백50만원을 배상하라는 결정을 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원료 저장탱크가 고장나 용제인 크실렌 등을 누출시킨 데 이어, 3월에도 황화수소를 기준보다 두배나 넘게 배출해 주민들이 악취로 고통을 받았으나 환경부의 개선명령을 받고도 공장을 계속 가동했다.

이에 참다 못한 주민들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고 분쟁조정위가 현장조사를 거쳐 배상 결정을 내린 것이다.

국민들의 환경의식이 높아지면서 이처럼 소음.악취 등 환경 오염을 둘러싼 분쟁이 늘고 있는 가운데 당국도 적극적으로 보상 결정을 하는 등 환경분쟁조정제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 분쟁조정 현황=사법재판을 거치지 않고도 당사자간 합의나 조정으로 환경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는 환경분쟁조정제도는 1997년까지는 연간 신청이 50건 미만이었으나 최근 급증하고 있다.

올들어 현재까지 접수된 조정신청은 모두 1백8건으로 91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연간 1백건을 넘었다.

지난 10년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총 5백9건의 조정신청 중 조정위가 배상결정을 내린 것은 4백27건으로 84%에 이른다.

◇ 주요 조정사례=91년 낙동강 페놀 오염사고로 오염된 수돗물을 마신 주민 피해를 배상토록 하는 등 특이한 조정사례도 많다.

지난 7월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내 한 업체는 구리가 다량 함유된 공장 폐수를 흘려보냈다가 이 물로 벼농사를 지은 주민 康모(56)씨 등 21명에게 7천5백87만원을 배상했다. 당시 분쟁조정위는 현장조사 끝에 오염사고를 일으킨 공장을 찾아냈다.

지난해에는 서울 동부고속화도로를 통행하는 차량 소음.진동으로 고통을 받은 노원구 상계1동 주민 네명에게 2백만원씩 서울시가 배상토록 결정해 지자체에도 예외없이 배상책임을 지웠다.

◇ 환경분쟁조정제도=알선.조정.재정 등으로 나뉜다. 알선(斡旋)은 양측의 의견차를 좁혀 합의를 이끌어 내며, 조정은 위원회가 별도 조정안을 마련해 받아들이도록 권고한다.

재정(裁定)은 피해 원인과 책임을 준사법적으로 판단해 위원회가 배상액을 결정하는 것이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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