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고도 '족자카르타' 볼거리 즐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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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동서(東西) 길이가 미국 본토보다 훨씬 길다는 나라, 인도네시아.

힌두교.불교.이슬람교를 수용하고 한때 네덜란드의 식민 지배를 받기도 했던 이 나라에는 다양한 종교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중 족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의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여행자들은 불(화산)과 물, 그리고 여러 종교의 전통이 어우러진 고도(古都)에서 마음의 평온을 되찾게 된다.

이곳 지명이 '평화로운 번영'이라는 뜻인 것도 예사롭지 않다. 현지인들이 '족자'로 줄여 부르는 이곳은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자바섬의 중부에 위치해 있다. 해발 1백11m로 연중 24~27도의 맑고 청량한 날씨가 이어진다.

시내에서 자동차로 한시간 거리인 보로부드르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다.

8~9세기 불교 왕국인 샤일렌드라 왕조 때 세워진 이 건축물은 높이 42m의 피라미드형 불교 유적이다.

정방형의 최하단은 둘레가 1백24m에 이르며 모두 10층으로 내부 공간이 없다. 대신 폭 2m의 회랑이 건물 외곽을 감싸며 올라간다. 회랑 좌우 벽면에는 태어나서 깨우침을 얻기까지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부조 형식으로 새겨 놓았다. 벽돌을 자그만치 1백만개나 쌓아올렸으며 부조에 새겨진 등장 인물만 1만명이 넘는다.

부조를 감상하며 한참 회랑을 돌다 보면 어느덧 시야가 열리며 72기의 탑이 모습을 드러낸다. 거꾸로 세운 종 모양의 탑 속에는 불상이 안치돼 있다.

격자 형태로 구멍을 낸 탑신(塔身)에 손을 넣어 불상을 만지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온다. 불교 유적인 이곳에서 차도르를 두른 이슬람 소녀들을 마주치는 것은 또 다른 신기함이다.

보로부드르 꼭대기에서는 멀리 현재도 활동하고 있는 메라피 화산(2천9백20m)이 보인다. 맑은 날이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분화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연기가 떠가는 구름과 어우러진다.1천년 전 대폭발이 이뤄진 뒤 지금은 간헐적으로 소규모의 폭발만 있을 뿐이다.

"마지막 폭발은 다섯달 전에 있었다"고 말하는 현지인의 태연한 표정이 자못 신비롭기까지 하다.

족자에는 불가사의한 건축물,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일깨워 주는 화산만 있는 것이 아니다.시내에서 20㎞ 남쪽으로 내려가면 산호초 해변도 펼쳐져 있다.

고도(古都) 족자의 시내에는 볼거리가 다양하다.'크라톤'으로 불리는 술탄의 궁전이 그중 하나다. 인도네시아의 23개 주(州)중 유일하게 회교 지도자 술탄이 군림하는 곳이다.

궁전 앞 드넓은 잔디밭 광장(알룬알룬)은 시민들의 만남과 행사의 장소로 이용되고 있으며 산책을 나온 가족들,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의 표정에서 자바인의 여유가 느껴진다.

1756년 세워진 이 왕궁 안에는 전통 의상을 입은 노인들이 한가롭게 왕궁을 관리한다. 맨발에 '크리스'라는 단도를 찬 이들은 왕궁을 지키는 무사들이다.

족자 시내는 승객 두명을 앞에 태우고 달리는 자전거(베차)나 말이 끄는 마차(안동)로 구경하면 더욱 운치가 있다. 시내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마리오보로 거리는 해진 뒤 더욱 활기를 띤다. 오후 7~9시에 야시장이 열린다.

인도네시아 전통 납염(納鹽)인 '바틱'으로 만든 상의를 하나 사서 걸치고 거리를 걷다 보면 이곳이 '평화로운 번영'의 도시임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 가는 길=국내에서 족자까지의 직항편은 없다.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나 발리섬에서 족자카르타까지 가루다항공(02-773-2092)이 하루 일곱차례 국내선 항공기를 운항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전문 여행사인 명산관광(02-775-2600)이 주중에 자카르타를 거쳐 당일 족자까지 가는 왕복 항공권을 44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족자카르타=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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