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사형 문제점] 중국 지방정부 늑장통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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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의 한국인 신모(41)씨에 대한 사형집행을 계기로 중국의 외국인 사형집행 규정과 실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중국 내 규정=중국 형법 6조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범죄 행위와 결과가 중국 내에서 발생했을 때 이를 국내 범죄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국인도 이 조항에 따라 처벌 받는다. 중국 당국은 과거에도 외국인을 사형했으나 그 수와 국적은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외국인 처벌시 해당 국가와 중국이 공통으로 가입한 조약이 있는지 여부를 먼저 가리도록 하고 있다. 국제관례나 규칙을 준수하기 위한 것이다. 또 지방 성(省)정부도 외국인에 대한 형집행 권한을 갖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법체계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법운영에 문제=헤이룽장성은 지난 9월 25일 신씨를 처형한 지 한달 만에 한국에 통보했다. 사형집행 사실을 이처럼 늦게 한국에 알린 것은 이해하기 힘든 조치라고 베이징(北京)의 관계자들은 말한다. 헤이룽장 성정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헤이룽장성은 1999년 신씨를 체포한 뒤 한국정부에 통보하려는 노력을 거의 기울이지 않았다. 베이징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신씨 체포 이후 대사관은 헤이룽장성에 수차에 걸쳐 관련 현황을 문의했으나 답이 없었다"면서 "따라서 사형집행도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산둥(山東)성에서도 한국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 2월 산둥성 칭다오(靑島)에 마늘 구입차 왔던 차한식(車漢植.59)씨는 중국인들에게 납치됐다 풀려났다. 납치범들이 온갖 이유로 재판을 걸어 칭다오 중급법원에 여권이 압류돼 車씨는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그러나 모든 지방정부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올해 초 랴오닝(遼寧)성은 마약 밀매 혐의로 김모(78)씨를 체포, 사형을 언도한 뒤 이 사실을 한국정부에 통보했다. 한국정부는 중국당국과 접촉, 사형집행을 2년 유예시켰고 이 기간 중 문제가 없으면 무기징역으로 감형될 수 있도록 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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