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것이 궁금해요] 가정 난방시설 어떤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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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북한 지역은 남한보다 훨씬 겨울이 일찍 온다고 들었는데 가정집의 난방시설이 어떤지요.이승연(16.여.충북 충주시 연수동)

(Q)북한 가정 난방시설 어떤가요

(A) 안방도 냉기 겨우 면해 실내서도 외출복 껴입고 생활

북한의 대도시 아파트는 대개 중앙난방식이며 농촌은 온돌 난방식입니다.

평양에서 난방이 비교적 잘 되는 지역은 중구역과 평천구역입니다. 중구역은 노동당 1호청사.내각 청사를 비롯한 당.국가의 주요 기관들이 자리잡고 있고 고위간부들의 아파트가 밀집돼 있기 때문입니다.

평양은 발전소 폐열로 난방을 가동하는데 평천구역이 평양화력발전소와 가깝기 때문에 난방이 가장 먼저 들어와 오래 유지된다고 합니다.

평양화력발전소는 1960년 12월 체결한 '조.소 원조협정'에 따라 건설됐습니다. 설비용량은 50만㎾이나 현재 가동량은 20만㎾에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평양에서도 화력발전소와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는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요.

게다가 원자재 부족으로 인해 아파트 공사를 하면서 방바닥의 난방용 쇠파이프를 간격이 넓게 깔았으며, 작은 자갈 대신에 나무 조각 등을 넣어 열이 오래 보존되지 않지요.

난방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을 뿐더러 공급되더라도 한겨울 아파트의 안방 온도는 냉기나 겨우 벗어나게 해 줄 정도여서 평양 주민들은 대개 겨울을 두려워 한답니다.

주민들은 외출할 때처럼 집안에서도 스웨터.내의.양말 등을 그대로 착용하고 밤에는 동(冬)내의를 대부분 입고 잡니다. 그래서 좁더라도 온 집안 식구들이 제일 따뜻한 방에 모여 함께 자는 가정도 적지 않아요.

탈북자 金모(41)씨는 "직장에서 돌아온 후에도 따뜻한 이불 속에서 몸을 녹이기 위해 이불을 거의 개지 않고 방바닥에 그대로 놔두었다"고 전합니다.

그러나 고급 간부나 해외를 다니는 사람들은 석유 난방기를 사용할 수 있어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합니다.

평양 이외의 함경남북도.자강도.양강도 등 북부지방은 영하 30도가 보통이라 중앙.온돌 난방집 상관없이 겨울나기가 힘겹답니다.

북한 당국은 혹독한 겨울에 대비해 스팀을 이용해 열효율을 향상시킨 보온재 개발에 적극 힘쓰고 있어요. 조선중앙TV는 지난 11일 중앙난방연구소가 공기 가열로 난방하는 스팀 장치를 평양시의 수천 가구에 설치하는 한편 따뜻한 자연수를 이용해 전력.석탄을 절약하는 '무동력 자연수온식 보일러'를 개발했다고 보도했지요.

설날이나 김정일 생일(2월 16일)에는 '배려 난방'이라며 사흘 정도 난방이 집중 공급되기도 하지만 일부 아파트는 배관이 낡아 곳곳에서 막히거나 누수가 생겨 그나마의 혜택도 누리지 못한답니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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