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시험" "통화 전부 조사" 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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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휴대전화를 이용한 조직적 수능 부정행위가 알려지자 교육부와 교육과정평가원, 광주시교육청 등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수능점수 무효' '재시험 실시' 등을 요구하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격렬한 반응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일부 수험생은 "합법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국가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나서는 등 충격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 '부정 괴담'있었는데도…=수험생들은 "수능시험 전에 이미 평가원과 교육청 게시판 등에 부정행위에 대한 제보가 이어졌음에도 교육부가 대응을 소홀히 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워아이니'라는 ID의 수험생은 "수능 전에 서울시교육청에 '광주 대컨닝, 수능 괴담'이라는 글을 올렸는데도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 않은 모양"이라고 어이없어 했다. '정직한 수험생'이란 ID의 수험생은 "내가 시험을 봤던 서울의 한 고사장에서도 응시 인원의 절반 이상은 휴대전화를 내지 않았다"며 허술한 시험장 관리를 비판했다. 광주의 한 고교에서 수능을 치른 한승우씨도 "시험을 보는 도중 계속 휴대전화 진동소리가 들렸지만 감독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통화내역 전부 뒤져라"="현재까지 조사를 통해 밝혀진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착한학생'이라는 ID의 네티즌) 수험생들은 이번 부정행위와 관련해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수험생 강민경씨는 "수능 원서 접수 때 휴대전화 번호를 적게 돼있는 만큼 모든 수험생의 휴대전화 번호를 해당 통신사에 의뢰해 수능 당일 시험시간 동안의 송.수신 여부를 조사하자"는 방안을 내놨다. 남궁현씨는 "3개 통신사를 압수수색해서라도 수능시험 시간에 오간 모든 문자를 검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재시험 실시하라"=수험생들은 이번 수능의 무효 처리와 재시험도 강력하게 요구하고 예산과 입시 일정 등을 이유로 '재시험 불가' 방침을 내세우는 교육부를 거세게 비난했다.

"수도 이전에는 1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도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엄청난 부정이 이뤄져 60만 수험생의 가슴에 멍이 들었는데 몇십억이 아깝다고요. 시간이 없으면 대입을 4월로 늦추면 되지 않느냐. "('쉽게도 얘기하네')

"부정행위가 어느 정도 규모로 이뤄졌는지도 모르면서 재시험을 치르지 않겠다는 것은 부분적으로 부정행위를 인정하는 것이다"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와 함께 ▶재시험이 불가능하다면 올해만 한시적으로 대학 자체고사를 부활하자 ▶수능을 자격고사로 바꾸자는 등의 의견도 쏟아져 나왔다.

◆ 솜방망이 처벌에 분노=네티즌들이 가장 분노한 것은 부정 행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박효진씨는 '사법처리도 되지 않고 내년에 또 수능을 볼 수 있다면 열심히 공부한 애들은 뭐가 되느냐'면서 '똑바로 처벌하십시오. 모두가 지켜봅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한 학부모는 "아이에게 12년 죽어라 공부하지 말고 부정을 해서 기회주의적으로 살라고 해야 하는 거냐"고 답답한 심경을 털어놨다.

박준영씨는 "토플.토익 같은 시험도 부정행위가 드러나면 2년 동안 응시 기회가 없다"면서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면 모방 범죄는 더 늘어날 것"이라면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 다양한 방지책도 등장=우선 교문에 전자감식대 등을 설치해 휴대전화나 전자기기의 반입을 막자('aconite'), 고사장마다 CCTV와 전파감식기를 설치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심지어 전파 교란장치를 설치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또한 ▶부정행위를 신고하는 '수능 파파라치'에게 포상을 주자 ▶부정행위 적발자에게 대입에서 인센티브를 주자(kwindy1) 는 등의 의견도 호응을 얻었다.

이 밖에 교실당 수험생의 숫자를 줄이고 공익근무요원이나 군인 등을 동원해 시험감독관 수를 지금보다 크게 늘리자는 안도 등장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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