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처럼 번지는 그리스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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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그리스 경제위기의 불똥이 다른 유럽 국가로 번지면서 4일(현지시간) 전 세계 증시가 휘청거렸다. 여기에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상 등 긴축정책 발표가 잇따라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미국과 유럽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고, 유로화의 가치는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5일 현지 시장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다른 유럽 국가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전 세계 투자자들이 종목에 상관없이 자산을 팔아치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에 천문학적인 지원금을 쏟아붓기로 약속했지만, 이것만으로는 그리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도 5일 프랑스 일간 르 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위기가 퍼질 위험이 언제나 있다”며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또 그리스의 상황에 대해서는 “부도 일보 직전”이라며 “얼마 안 가 공무원 급여 지급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악셀베버 유럽중앙은행 집행이사도 "유로존이 그리스 전염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우선 그리스가 구제금융의 선결조건인 재정적자 축소를 이행할 수 있을지가 불확실하다. 당장 이날만 해도 그리스 노동계는 정부의 긴축정책에 반발해 대규모 시위와 파업을 했다.

이와 함께 스페인에서도 IMF에 금융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증시가 5% 이상 하락했다. 신용평가사인 피치와 무디스가 조만간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IMF와 유럽연합(EU)은 “(스페인에 대해) 그리스처럼 지원할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3일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상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중국 정부가 긴축을 강화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HSBC가 발표한 중국의 4월 제조업 지수도 지난달 57에서 55.4로 하락했다.

동시에 나온 악재로 인해 각국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뉴욕 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지수는 2.02% 떨어진 10926.77로 마감했고, S&P500 지수는 2.38% 하락해 1173.6으로 물러섰다. 하루의 낙폭으로는 두 지수 모두 3개월 만에 가장 컸다. 영국·독일·프랑스의 주가도 2% 넘게 떨어졌다.

불안해진 투자심리를 반영해 미국 국채 가격은 연중 최고치로 치솟았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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