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재발 막으려면…] 임진강 남북 함께 관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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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번 임진강 수해는 정부의 수해방지대책에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총 길이 2백54.6㎞인 임진강은 상류 지역 1백62.6㎞가 북한 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북한 지역의 수해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경기도 파주.문산.연천.동두천 등의 침수 피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북한 지역 임진강의 정확한 실태 파악은 물론 댐 수문 개방 등에 대한 협의 채널도 갖추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는 이번 임진강 수해와 관련, 아직 정확한 원인 분석조차 못하고 있다.

건교부는 북한이 임진강 상류에 건설한 '4월5일댐'의 저수량이 3천5백만t 정도이고, 내평.장안댐의 저수량도 수백만t에 불과해 이들 댐을 한꺼번에 방류해도 임진강 하류의 남한 지역에 홍수 피해를 줄 정도는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이를 근거로 이번에도 북한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렸기 때문이지, 북한 댐의 방류 때문은 아닐 것으로 추정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임진강은 하천 경사가 빠르고 대규모 댐이 없기 때문에 상류지역인 북한에 폭우가 쏟아지면 과거에도 하류 지역의 수위가 급상승하곤 했다"며 "이번 사태가 댐 방류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진강 상류 지역에 비가 얼마나 많이 내렸는지,댐 방류를 실행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하지 못했다.

1997년 임진강 유역 조사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원석연(건일엔지니어링)박사는 "국제 공유하천의 경우 상대국의 동의없이 유로(流路)를 변경하거나 수위 변경을 초래하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국제협약이 있다"며 "임진강에 대해서도 이같은 국제협약을 서둘러 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소 김승 연구위원도 "두 나라의 경계를 지나는 강에 위치한 댐은 방류량을 늘릴 경우 사전 통보는 기본이며, 시간당 유량 증가율이나 총방류량에 대한 규정을 지키도록 돼 있다"며 "따라서 임진강 상류 댐 운용에 대한 남북한 합의는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해 남북한 정상회담 때 채택한 6.15선언에서 임진강 수해방지대책을 공동 수립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임진강 일대의 강우량과 수위 기록 등의 자료를 서로 교환하고, 홍수경보시설을 공동으로 설치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상류 지역인 북한에 댐을 짓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남북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별다른 진척을 못보던 임진강 수해방지사업은 지난달 열린 남북한 5차 장관급 회담에서 오는 11월 중 현지조사에 착수하기로 합의해 물꼬를 튼 상태다.

신혜경 전문위원,차진용 기자

사진=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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