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교사 자격자 초등교원 임용'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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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국 11개 교육대는 내년부터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초등교사로 임용하려는 교육인적자원부 방침에 반발, 10일부터 동맹 휴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내년 교대에서 70학점을 이수하면 이들을 초등교사로 임용한다는 정부 방침은 교사 소양교육을 포함, 4년간 교육을 받는 교육대와 비교할 때 교직의 전문성을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이같은 반발은 교원 수급예측 실패, 무리한 교사 충원계획 등 정부 교원정책의 난맥상에서 빚어졌다.

정부는 1999년부터 올해까지 초.중.고교에서 정년단축으로 1만2천6백60명, 명예퇴직으로 2만9천7백16명을 내보낸 뒤 내년 1만1천명(초등교 2천5백40명.중학교 1천5백90명.고교 6천8백70명), 2003년 1만2천6백명(초등 7천2백50명.중학 5천3백50명)을 새로 뽑을 계획이다.

특히 부족한 초등학교 교원을 충원하기 위해 정년 또는 명예퇴직한 교사를 다시 불러쓰는 기간제 교사를 대규모로 선발하고, 교사로 임용되지 못한 사람이 많은 사범대.일반대 출신자(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 4천명을 내년까지 초등교사로 전환할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 마구잡이 충원 배경=초등학교에서는 99년부터 올해까지 교원 2만2천32명이 단축된 정년을 맞거나 명예퇴직을 택해 무더기로 교단을 떠났다. 교육부가 당초 정년단축을 추진하면서 예상했던 인원보다 네배 많았다.

이러한 수급 예측 실패에 따라 교육부는 떠난 교사를 다시 불러오거나 중등교원을 초등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통해 지난해 8천2백86명, 올해 3천5백15명을 기간제 계약 교사로 충당했다.

문제는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수를 현재 39명선에서 35명으로 낮추는 것이 골자인 교육여건 개선 사업(지난 7월 20일 발표) 시행을 위해 더 많은 교사가 필요한데서 비롯됐다. 교대 졸업생(2002년 4천7백5명.2003년 5천3백55명)을 모두 초등 교사로 임용하더라도 학급당 학생수 감축을 위해서는 4천7백71명이 부족한 실정이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극심한 임용 경쟁(평균 5대1)을 빚고 있는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초등학교로 끌어올 계획을 세웠다.

◇ 교대의 반발=전국 11개 교대 총학생회장은 7일 진주교대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정부는 무리한 교원 충원계획을 철회하라" 며 동맹 휴업을 결의했다. 광주교대는 지난 5일 전국 교대 가운데 가장 먼저 휴업을 놓고 찬반 투표를 벌여 70% 이상 찬성으로 8일 휴업에 들어간다. 교대생들은 11일과 12일께 교육부 앞에서 항의집회를 갖기로 하는 등 상경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교육부는 교육대에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 연수를 맡길 계획이어서 교육대가 반발할 경우 초등교사 충원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 임용 방안=중등교사 자격증을 따고도 임용되지 못한 사람들은 내년 1년간 출신지역 교대에서 70학점을 취득한 뒤 초등교사 임용시험을 통과하면 초등교사 자격증을 얻어 교단에 설 수 있다.

교사로 재직하다 명예 퇴직한 사람 가운데 1백50여명은 내년 2월 학교별로 기간제로 임용된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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