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문화 나들이] 조선후기 조각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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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조각이란?

입체로 된 모든 미술품을 말한다. 그렇다면 사찰의 불상, 무덤을 지키는 벅수, 서낭당의 시왕상(十王像), 상여 난간의 꼭두(인형)장식, 궁궐 지붕을 장식한 기와상, 물을 담는 동물모양 연적도 모두 조각일터이다.

서울 태평로 로댕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새로운 발견!

조선후기 조각전' (11월 18일까지.매주 월요일 휴관)은 조각으로 분류될 수 있는 해당시기의 다양한 미술품을 한자리에서 보여준다.

그동안 그림이나 도자기에 가려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조선 후기의 조각을 주제로 한 국내 최초의 기획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시품은 17세기 후반~19세기의 불교 조각과 능묘 조각.토속신상 등 70여점. 호암미술관을 위주로 국립중앙박물관.호림박물관 등 국내 9곳의 박물관과 사찰 등의 소장품 70여점을 한데 모았다.

불교조각의 경우 평소 보기 힘든 나한상이나 동자상.동물상 등 작가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을 위주로 선정됐다. 능묘조각도 자유분방하고 원시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는 벅수(마을이나 무덤을 지키는 신상)를 주로 했고 기존 미술사에서 잘 다뤄지지 않던 민간의 시왕상 등도 포함했다.

사자 모양 법고(法鼓 : 절에서 쓰는 북)받침은 험상궂은 얼굴을 박진감있게 묘사했으며 동자상은 눈치 보는 어른과 아이를 혼합한 듯한 특이한 표정이 눈길을 끈다. 지붕을 장식하던 잡상(雜像)의 경우 삼장법사.사오정.손오공 등의 익살스런 형상이 재미있다. 무명 조각가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잘 나타나있는 작품들이다.

조선 후기는 실학이 일어나 우리 것을 찾고자 하는 풍조가 사회에 늘어난 시기다. 또한 사대부뿐 아니라 상인과 중인계급도 부를 축적해 자신의 기호에 맞는 새로운 미적 감각을 예술에 반영시킬 수 있게 됐다. 이같은 분위기가 조각에도 영향을 미쳐 변화와 다양성을 가져왔다.

상여 장식의 꼭두조각이나 분묘의 벅수, 각종 토속신상 등 다양한 종류의 조각이 활발히 제작된 것.

사찰에서도 나한상.동자상.동물상 등 기존 전범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미감을 지닌 것들이 나타난다. 조선 전기의 조각품이 사찰의 불상이나 능묘의 석인.석수 등의 정형적인 것으로 한정됐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점이다.

호암미술관 송은석 선임연구원은 "조선 후기 조각은 전기에 비해 보다 인간적인 조각으로 변했으며 희노애락의 감정표현도 좀더 확대된 모습으로 보여주는 게 특징" 이라며 "간결하고 단순함 속에 스며있는 생동감과 낙천성, 대담한 생략과 과감한 변형을 통한 익살 등 다양한 조형성과 미감을 느낄 수 있다" 고 설명했다.

매일 오후 1.3시에 관람객을 위한 작품설명회가 있다. 입장료 어른 4천원, 초.중.고생 2천원으로 호암갤러리의 분청사기 명품전(10월 28일까지)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월요일 휴관. 02-2259-7781.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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