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감찰 조사] 주가조작 이용호씨 '비호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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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G&G그룹 회장 이용호씨의 주가조작설에 대해 李씨의 고소장 접수 한달 전인 지난 4월 이미 내사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내사는 서울경찰청 정보1과장 허남석(許南錫.46)총경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으며, 李씨와 許총경을 연결해준 許총경의 사촌동생 허옥석(42)씨가 당시 수사간부에게 뇌물을 건네는 등 조직적으로 李씨를 비호하려 했음이 드러났다.

許총경은 또 지난 2월부터 허옥석씨를 통해 G&G의 휴대폰을 제공받아 사용해온 것으로 27일 경찰청 감찰조사에서 밝혀졌다.

이에 따라 許총경이 李씨로부터 최소한 올초부터 편의를 제공받으며 李씨와 G&G사를 비호해 왔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許총경은 26일 국정감사 출석요구에 불응, 잠적한 데 이어 27일에도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행방을 감춘 상태다. 경찰청은 이날 許총경을 대기발령했다.

◇ 4월에 내사 시작=당초 경찰청은 許총경에 대한 감찰조사를 벌이면서 영등포서가 李씨의 고소장 접수 이후인 지난 5월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영등포서 관계자는 이보다 앞서 許총경의 부탁에 따라 G&G측 관계자들이 제출한 주가조작설 유포자들의 ID를 추적하는 등 내사를 진행했다고 27일 밝혔다. 때문에 경찰청이 許씨의 압력행사 부분을 축소하기 위해 수사시점을 조작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영등포서 金모 수사과장은 "내사를 시작할 무렵 옥석씨가 봉투를 건네려해 거절했다" 고 말했다.

◇ 휴대폰 제공=G&G측은 지난 2월 옥석씨를 통해 許총경에게 직원 金○○씨 명의의 휴대폰을 제공한 뒤 통화료를 대납해온 것으로 감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청은 G&G측이 許총경에게 법인 신용카드도 제공했는지를 조사 중이다.

경찰청은 또 옥석씨가 許총경에게 이용호씨와 대검파견 수사관 崔모 경장을 소개해준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이날 구속 중인 崔경장과 옥석씨에 대한 접견을 요청했다. 許총경의 '이용호 펀드' 투자와 관련, 경찰청은 許총경 친.인척과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도 계좌 추적을 확대할 계획이다.

◇ 許총경 이틀째 잠적=許총경은 26일 귀가하지 않은 채 27일 오전 부인에게 전화로 "이틀간 소속 부서에 휴가 신청을 대신 내달라" 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주안.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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