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국감 표정] 이용호 배후 공방… 청문회 방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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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5일 대검찰청 국감은 이용호 게이트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법사위원들은 한부환(韓富煥) 검찰 특별감찰본부장과 구속 중인 이용호.여운환(呂運桓)씨 등을 출석시킨 가운데 이용호씨의 배후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여야 지도부도 현장에 나타나 소속의원들을 지원했다.

○…한나라당 이재오 총무는 오전부터 국감장인 서초동 대검청사에 나타나 "오늘이 국정감사의 하이라이트" 라고 말했다. 李총무는 소속 의원들과 따로 만나 공격 수위.강도를 조율했다. 민주당 이상수(李相洙)총무는 이날 법사위원 자격으로 국감에 참석해 여당 의원들과 방어대책을 논의했다. 민주당은 외유 중인 송영길(宋永吉)의원과 김영환(金榮煥)과학기술부장관 대신에 김민석(金民錫).이종걸(李鍾杰)의원을 투입했다.

김민석 의원은 "이용호 비망록을 갖고 있는 쪽(한나라당)에 협조를 요청해 확보하라" 며 비망록의 존재를 주장한 한나라당을 겨냥했다. 그러자 신승남(愼承男)총장은 "없다고 보고받았다" 고 응답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김용균(金容鈞)의원은 "비망록은 평소 李씨나 비서가 사무실.집 등에서 메모해 둔 쪽지" 라고 말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야당 의원들이 무색할 정도로 공격적 질의태도를 보였다. 이날 여야 간사들이 한부환 특별감찰본부장을 출석시키는 대신 愼총장이 답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으나 민주당 조순형(趙舜衡)의원은 "韓본부장이 직접 출석해 답변해야 한다" 고 촉구했다. 趙의원은 또 "수사결과를 누가 믿겠느냐. 愼총장부터 감찰조사를 받아야 한다" 고 주장했다.

같은당 함승희(咸承熙)의원도 검찰의 특정지역 인사편중을 거론하며 "염치없는 짓" 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愼총장은 한손으로 건신구(健身球)를 계속 만지면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했다. 愼총장은 의원들의 힐난이 이어질 때마다 자기 앞에 놓인 마이크를 잡아당겨 반박을 하려다 그만두는 등 감정의 기복을 그대로 드러냈다.

대검 관계자는 "1999년 김태정(金泰政)총장의 옷로비 파동 당시 '검찰 역사상 최악의 사건' 이라고 허탈해했는데 그보다 훨씬 더한 사건이 또다시 터졌다" 면서 "이제 검찰이 무슨 낯으로 국가 최고 사정기관이니, 경찰을 지휘하느니 하겠느냐" 고 자탄했다.

김종혁.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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