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이슬람학교를 찾아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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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슬라마바드=이기창 연합뉴스특파원] "아므리카 모르다발, 오사마 진다바!" (미국 타도, 오사마 만세!)

지난 21일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 시내에서 목이 터져라 반미 구호를 외쳐대는 무하마드 할레드(12)의 눈에는 핏발이 섰다. 저 어린 소년의 분노와 증오심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다음날 이슬라마바드 시내의 자미야 무하마디야 이슬람학교를 찾았다. 그곳에서 뜻밖에도 할레드를 만났다. 그는 전날과 달리 다소곳한 모습으로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이슬람 성전(聖典)인 코란을 공부하고 있었다.

자후르 아흐메드 알위 교장(50)은 "탈레브(학생)는 6백여명이고 물라(스승)는 28명이다. 8세부터 입학할 수 있고 교육비는 기부금으로 충당해 숙식과 옷.책.학용품이 모두 무료다" 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숙식하며 새벽 5시에 일어나 다섯차례 기도하고 온종일 코란을 배운다. 열살배기 와카르 마미크는 그 두꺼운 코란을 달달 외웠다. 먼저 코란을 암기한 뒤에 의미를 공부한다고 했다. 이곳에선 아무도 수염을 깎지 않는다. 텔레비전도 보지 않으며 인터넷은 타도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들이 알라의 가르침이라고 이들은 믿는다. 학생들은 사람을 사랑하라고 배운다. 이웃이나 다른 나라도 존중해야 한다고 교육 받는다. 하찮은 생물까지도 소중히 여기라는 게 알라의 가르침이다. 이슬람은 평화의 종교라고 알위 선생은 강조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알라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것에는 목숨을 바쳐 싸워야 한다고 배운다.

이슬람국가 중 하나를 공격하려는 미국, 알라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서구식 교육, 음탕한 서양문화, 이 모든 것들이 증오의 대상이다. 군사훈련을 시키는 이슬람학교도 있다.

파키스탄에는 이런 이슬람학교가 등록된 1만5천여개를 포함해 모두 3만개가 넘게 있다. 이 학교들이 바로 아프가니스탄 집권세력인 탈레반의 뿌리다.

탈레반 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는 파키스탄의 페샤와르에서 50㎞쯤 떨어진 다룰 알룸 아카니아 이슬람학교의 카라치 분교에 유학했다. 탈레반 각료의 상당수도 이 학교 출신이다.

탈레반이란 말 자체가 구도자, 또는 이슬람학교 학생들이란 뜻이다. 학생조직이 정권을 잡은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선 4만여명의 이슬람학교 학생들이 대미 항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쟁이 나면 파키스탄의 이슬람학교 학생 수만명이 아프가니스탄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 10대인 이들은 이슬람을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죽을 준비가 돼 있다고 한다.

오로지 알라만을 배우다 알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는 이슬람 학생들. 알라는 과연 이들의 지하드를 바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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