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인수한 GM…차 시장 판도 바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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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제너럴 모터스(GM)의 대우자동차 인수결정으로 국내 자동차시장은 한층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국내시장을 주도해 온 현대.기아차는 장.단기 대응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 시장 점유율 변화 예상〓대우차는 GM이 새 주인으로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소비자의 신뢰를 되찾아 시장점유율이 상당 부분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차 관계자는 "삼성자동차의 경우 프랑스 르노자동차가 인수하면서 똑같은 모델을 갖고 판매대수가 급증했다" 고 지적했다. 또 내수시장에서 그동안 현대차가 가졌던 선도기업이라는 장점이 GM이라는 강력한 도전자를 만나 엷어지는 데 따른 반사효과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GM이 새 차종을 국내에 들여오려면 생산라인.성능검사장비 설치 등에 3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이 기간 중에는 눈에 띌 만한 점유율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대우차는 최근 내수시장에서 비중이 40% 선까지 성장한 RV(레저용 차량) 차종이 레조 1개뿐인 데다 디젤 엔진 차종이 없어 점유율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GM 측이 대우차 인수 후의 사업계획서에서 향후 2~3년간의 현금흐름을 마이너스로 추정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대우차 관계자는 "GM의 인수로 향후 3년 동안 승용차시장 점유율이 현재의 15~17%에서 20~25%로 완만하게 올라갈 것" 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GM이 전세계에 걸쳐 있는 R&D.생산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 차종을 투입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경우 시장 판도는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GM은 특히 최대 경쟁자인 포드에 매출액에서 바짝 추격을 받고 있어 국내시장 등에서 과감한 확장정책을 펼 가능성도 있다.

또 GM이 들어오면 이미 중형차 시장 점유율 24%를 확보한 르노삼성자동차가 같은 외국계 회사로서 자신감 있게 영업할 것으로 보여 내수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현대.기아차의 분석〓올 1~8월 중 국내 전차종 점유율 76.4%를 차지한 현대.기아차는 일단 2~3년 동안은 시장 점유율 70% 정도를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현대차는 특히 GM의 대우차 인수로 미국의 자동차 통상압력이 한풀 꺾여 수출환경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GM이 대우차 공장을 싼 값에 인수, 상대적으로 혜택을 본 데다 첨단 마케팅 노하우와 풍부한 자금력을 갖고 있는 점을 경계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앞으로 2~3년이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대 주우진 교수는 "현대차가 다임러 크라이슬러 등과의 제휴관계를 더 굳히면서 제품력을 높이고 기존의 강점인 원가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 고 조언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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