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 받는 서울지검] 감찰도마에 오른 '특수2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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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재 검찰이 위기에 빠진 것은 지난해 특수2부가 일련의 의혹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서울지검 검사들 사이에 지난해 특수2부장이었던 이덕선(李德善)군산지청장 등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는 특수2부가 지난해 5월 G&G 회장 이용호씨를 횡령 혐의로 긴급체포하고도 하루 만에 풀어준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지난해 말 동방금고 수사 때도 국가정보원 경제단장 김형윤씨의 수뢰 혐의를 포착하고도 9개월이 지나도록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검사들은 두 사건을 모두 담당했던 李지청장에게 비난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李씨 긴급체포 취소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대검의 감찰조사도 당시 李부장검사의 역할에 초점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

◇ 당시 특수2부는 '봐주기 전담부서?' =특수2부는 서울지검 3차장 산하 3개 특별수사부 가운데 하나로 지난해는 李부장검사와 검사 6명으로 구성됐다. 李부장검사는 2000년 2월부터 지난 6월까지 특수2부장으로 재직하다 군산지청장으로 영전했다.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 수사를 맡았던 특수2부는 정.관계 및 금융감독원에 대한 광범위한 로비 의혹이 제기됐지만 지난해 12월 "단순한 금융 비리 사건" 이라는 수사결과를 발표해 '축소수사' 라는 비난을 받았었다.

또 특수2부에서 무혐의처분을 받았던 李씨를 대검 중수부가 지난 4일 같은 혐의로 구속한 것과 관련해 많은 검사들은 "수사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거나 일부러 봐주려고 눈을 감은 것 같다" 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엘리트 검사들만이 갈 수 있다는 특수2부가 한 사건도 아니고 두개 사건을 능력부족으로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당시 서울지검 관계자들에 따르면 특수2부는 사건 처리를 놓고 李부장검사와 소속 검사들의 의견대립이 잦았다고 한다.

이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李부장검사는 자신의 지시를 잘 듣지 않았던 모 검사를 다른 부서로 인사조치하려 했으며 이에 소속 검사들이 부장에게 집단으로 이의를 제기한 적도 있었다는 것이다.

◇ 감찰조사의 핵심은 이덕선 당시 특수2부장=현재 李지청장은 李씨에 대한 긴급체포를 취소하고 무혐의 처분한 이유로 "기업구조조정 자금 2백50억원대를 횡령한 혐의 사실을 확인했으나 이를 모두 변제했고 유상증자를 통해 삼애인더스를 부도위기에서 벗어나게 한 것 등을 참작했다" 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검찰 관계자들은 "나중에 변제 여부는 처벌수위를 결정하는 참고요인에 불과할 뿐 무혐의 처분의 이유가 될 수 없다" 며 李지청장의 해명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편 당시 일부 검사들은 李씨 구속을 주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당시 지검장이었던 임휘윤(任彙潤)부산고검장 등 李지청장의 상급자들은 李씨에 대한 선처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 상황으로 볼 때 감찰조사팀에서 가장 많은 조사를 받을 사람은 검사장.차장검사와 소속 검사 사이에 있었던 李지청장일 것" 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李지청장이 당시 任지검장과 동향(전북 김제)출신인 점을 들어 당시 李부장이 지검장에게서 李씨 처리와 관련한 부탁이나 압력을 받고도 이를 시인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김원배.장정훈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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