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V 파업 몸살 뉴스 중단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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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 iTV 노조원들이 16일 서울 소공동 동양제철화학 본사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노조는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파업은 멈추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박종근 기자

11월 방송가에 파업 바람이 거세다. 이 와중에 지상파 방송이 뉴스를 하루 종일 못 내보내는 사태도 빚어졌다. 파업으로 인해 뉴스가 전면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천과 서울.경기 일부를 수신권역으로 하는 경인방송(iTV)은 지난 15일 이후 뉴스(오전 6시.10시, 오후 4시.10시, 수도권 뉴스)를 방송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노조(위원자 이훈기)가 전면 파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하루 파업과 10~13일 부분 파업 때도 뉴스 제작에 차질을 빚었으나, 이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iTV의 경우 정규 직원의 84%(304명 중 255명)가 노조원이며, 보도국원 80여명 중 비노조원은 2명뿐이다. 노조원의 비율이 워낙 높아 대체 제작이 어려운 것이다. 1992년 40일간 파업을 벌인 MBC의 경우 비노조원을 투입해 뉴스를 내보냈다. iTV는 뉴스 외 상당수 프로그램도 동이 나 자연 다큐멘터리 등의 재방송을 늘렸다.

하지만 노조는 쉽겐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지난해부터 iTV를 '공익적 민영방송'으로 탈바꿈시켜야 하며 이는 양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해왔다. 예를 들어 방송법상 지분 한도(30%)를 넘은 최대주주의 우선주(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은 우선적으로 하는 주식)로 공익법인을 만들고, 사장공모 추천제 등도 도입하자는 것이다. 노조는 초과 우선주 비율을 17% 정도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회사 측이 실질임금 50% 삭감안까지 제시하자 강경 투쟁에 나섰다.

이에 대해 최대주주인 동양제철화학은 노조에 의견서를 보내 임금삭감안은 철회하되 나머지 요구조건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노사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실상 거부했다. 입장표명을 삼가온 iTV 회사 측도 15일 전무 명의로 "파업에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이 적용될 것"이라는 내용의 e-메일을 직원들에게 띄웠다.

파업의 바람은 케이블.위성 쪽에서도 분다. 경제채널 MBN 노조는 15일 밤 전면 파업을 시작했고 드라마.스포츠 채널인 KBS SKY 노조도 시한부 파업에 들어갔다. MBN 노조는 기본급 3.2% 인상 등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안을 회사가 거부하자 파업을 결의했다. 정규방송 자체는 무리없이 되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파행 방송이 불가피하다. KBS SKY노조도 지난 14일 출근을 거부하는 '재택 파업'을 마친 뒤 16, 17일 시한부 파업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동종업계에 비해 현저히 낮은 급여를 인상할 것을 요구 중"이라고 밝혔다.

이상복 기자 <jizhe@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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