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가 1만엔 붕괴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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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일본 경제가 '날개 없는 추락' 을 계속하고 있다.

올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1년도 안돼 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실업률은 전후 최고 기록을 계속 경신 중이다. 여기에 점점 뚜렷해지는 디플레이션(성장이 후퇴하는 가운데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은 소비를 위축시키고, 기업들의 자금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도쿄(東京)주식시장의 닛케이 평균 주가는 10일 10, 200선이 무너지는 등 10, 000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주가 하락은 은행들의 부실채권을 더욱 불어나게 하고 있다.

◇ 바닥은 어디인가=11년 장기 불황에 시달려온 일본은 올 2분기 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8%로 다시 추락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욱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2분기에는 개인소비(+0.5%)가 그나마 괜찮았지만, 일본 경제의 원동력인 정보기술(IT)업체를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2.8%)가 감소하면서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앞으로 미국 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소비마저 무너질 경우 최악의 침체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일본 경제가 올해 -0.2%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1.7%)와는 차이가 큰 수치다.

7월 실업률도 5%로 1953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다. 여기에 구직을 포기한 인원까지 합칠 경우 10%를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일본의 도시바.히타치 등 대형 전자업체들은 연이어 1만명 이상의 대규모 감원 계획을 내놓고 있다.

7월달 무역흑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나 급감해 13개월 연속 하락했으며, 2분기 산업활동지수도 전분기보다 1.9% 떨어졌다. 1분기 산업활동지수 하락은 89년 이후 처음이다. 상황이 나빠지자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는 최근 일본 정부가 발행하는 엔화표시 채권의 신용등급을 현재 Aa2에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디플레이션 징후 뚜렷=디플레이션은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10일 일본은행(BOJ)이 발표한 8월 도매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1% 떨어져 11개월 연속 하락했다.

계속되는 물가 하락은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동시에 물가가 더 떨어질 때를 기다리자는 소비 지연 효과를 유발하고 있다. 이에 일본에서는 '인플레이션 목표제' 를 채택하자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즉 돈을 많이 풀어 물가를 어느 정도 자극함으로써 실질금리를 제로 수준에서 마이너스까지 낮춰 기업과 은행의 금융비용 부담을 덜어주자는 구상이다. 지난달 말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재정상이 이 구상을 들고나오자 시오카와 마사주로(鹽川正十郞)재무상이 즉각 반대하면서 논쟁이 뜨거워졌다.

◇ 일본 정부 대책은=다급해진 일본 정부는 재정정책을 동원하고 있다. 2분기 GDP 발표 직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7일 추경예산 편성을 내각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임시 국회에 제출될 추경 예산 규모는 약 2조2천억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나라빚이 이미 산더미인 상황에서 재정정책을 동원한 경기부양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일본 정부는 구조개혁도 강조하고 있지만 그 의지가 의문일 뿐더러 설사 구조개혁을 밀어붙인다 해도 이미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경제체질로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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