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 구역별로 2.5℃까지 차이, 태양 방향따라 달라지기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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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호 28면

메르세데스-벤츠 SL의 앞좌석은 목 부위에 송풍장치를 갖췄다. 지붕을 열었을 때 따스한 바람을 뿜어 추위를 막아준다.

자동차의 온도조절 시스템은 크게 공조장치와 난방장치·냉방장치로 구성된다. 공조장치는 공기의 흐름을, 냉난방 장치는 온도를 조절한다. 최근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온도조절 시스템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온도조절이 한층 정밀하고 정확해졌을 뿐 아니라 실내를 구역별로 나눠 관리한다. 일부 수입차는 태양의 위치까지 감안해 최적의 온도를 맞춘다.

진화하는 첨단 온도조절장치

실내 좌우의 온도를 각각 따로 맞출 수 있는 기능은 어느덧 대중화됐다. 혼다 레전드의 ‘아이 듀얼 존’ 에어컨 시스템은 여기서 한 단계 더 영리해졌다. 인공위성의 신호를 받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햇빛 방향을 판단한 뒤 실내 좌우의 온도와 풍량을 따로 조절한다. 가령 같은 방향으로 오랫동안 달릴 때 햇빛이 강한 쪽에 보다 차가운 공기를 내보내는 식이다.

폴크스바겐 페이톤은 운전석과 동반석은 물론, 뒷좌석 양쪽의 온도를 각기 다르게 맞출 수 있다. 구역별 온도의 차이는 최대 2.5도까지다. 편의상 실내를 네 등분하기는 했지만 벽 없이 뚫린 구조이기 때문이다. 파나메라는 네 구역 온도조절 기능에 솔라 센서까지 갖췄다. 이 센서로 햇빛의 강도와 각도를 감지해 실내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렉서스 LS460은 에어컨 송풍구가 무려 20개나 된다. 이 가운데 한 개는 아주 특별하다. 렉서스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지붕 온도 확산기’다. 이 시스템은 뒷좌석 천장에 자리한다. 스피커 커버처럼 작은 구멍이 송송 뚫린 송풍구로 고용량의 찬 공기를 승객의 정수리 쪽으로 은은하게 흘려보낸다. 땡볕에 뜨겁게 달궈진 지붕을 식히는 기능도 겸한다.

르노삼성 뉴SM5의 공조장치는 ‘2모드 플라즈마 이오나이저’를 갖췄다. 모드는 클린과 릴랙스의 두 가지로 나뉜다. 클린 모드는 활성수소와 음이온을 발생시켜 공기 중의 유해물질을 제거한다. 이를 통해 피부노화 및 피부질병의 원인인 활성산소를 중화시킨다. 릴랙스 모드는 음이온을 발생시켜 쾌적한 운전환경을 제공한다. 웰빙을 주제로 개발한 장비다.

뉴 SM5와 SM3은 대시보드에서 향기를 뿜는 ‘퍼퓸 디퓨저’도 마련했다. 프랑스의 향수원액 제조사 로베르테가 레드 베리, 허브 티, 플라워, 망고, 숲속, 푸른 바다 등 6가지 향기를 공급한다. 출고 때 두 가지가 기본으로 제공되고, 추후에 나머지 향기를 구입할 수 있다. 카트리지 방식으로 교환도 간편하다. 푸조 308 등의 모델도 비슷한 기능의 장비를 갖췄다.

공조장치는 이제 대시보드를 벗어나 시트로 속속 녹아들고 있다. 이른바 통풍 시트는 시트 안에 팬을 내장해 등과 엉덩이 등 표면과 밀착된 부위에 바람을 불어준다. 대개 땀이 차는 것을 막기 위해 상온의 공기를 내뿜는다. 일부 수입차는 통풍기능과 열선과 동시에 쓸 수도 있다. 포르셰의 통풍 시트는 더욱 독특하다. 시트가 바람을 불어내지 않고 빨아들인다.

컨버터블인 메르세데스-벤츠 SLK와 SL, 푸조 308CC는 앞좌석의 목덜미 부위에 송풍구를 마련했다. 벤츠는 ‘에어 스카프’, 푸조는 ‘에어 웨이브’라고 이름 붙였다. 톱을 열고 달릴 때 추위를 달래기 위한 아이디어다. 바람의 세기도 조절할 수 있다. 추울 때 ‘호호’ 부는 숨결이 그렇듯, 추울 때나 더울 때나 따스한 바람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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