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자 급매물’사면 최고 2억원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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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정부가 23일 전국의 미분양 주택을 줄이고, 꽉 막힌 주택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며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특히 새집으로 입주하려는 사람들이 내놓은 ‘입주자 급매물’을 살 경우 5월부터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초과해 대출받을 수 있게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서주기로 했다. 또 미분양 물량을 반강제적으로 줄이기 위해 대한주택보증(주보)·토지주택공사(LH)·자산관리공사 등 여러 공기업이 직·간접으로 나선다.


◆“부실 뇌관 제거”=건설업체의 자금난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부실 우려는 우리 경제의 위험 요소로 지적돼 왔다. ‘4·23 부동산 시장 대책’은 이런 위험이 자꾸 커지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기획재정부 임종룡 제1차관은 “건설업체 자금난과 PF 부실은 서로 결합돼 있는 문제”라며 “평소 미분양 규모인 7만 가구 수준에 맞추기 위해 미분양 4만 가구를 해결하자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2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11만6000가구로, 11개월 연속 감소세이지만 최근 10년 평균인 7만5000가구보다 많다.

정부는 이를 위해 먼저 주보의 환매조건부(나중에 되살 수 있는 권리) 주택 매입액을 기존 5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공정률 50% 이상의 준공 전 미분양 2만 가구가 대상이다. 상반기 1조5000억원을 투입하고, 하반기 경기를 감안해 1조5000억원 규모를 추가 매입한다. 지방·중소 미분양 물량이 우선이다. 매입 한도도 업체당 1500억원(현행 1000억원)으로 늘린다.

매입 가격은 분양가의 50% 이하로 정해졌다. 업체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서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사들인 물량은 준공 후 1년 내 되파는 게 원칙이다. LH도 재정과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해 미분양 1000가구를 사들여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

◆DTI 초과 땐 보증료 내야=분양은 받았지만 살던 집이 안 팔려 입주를 못하는 이들이 많다. 이것도 건설사의 자금 사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DTI 초과대출에 대한 보증 지원은 기존 주택을 잘 팔리게 하자는 방안이다.

입주자 급매물의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그대로 적용하되, DTI 예외인 보증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게 했다. 임 차관은 “DTI의 예외로 인정받게 보증을 적극 공급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방의 신규·기존 주택과 수도권의 신규 주택 집단대출에만 인정됐던 ‘DTI 예외’가 수도권의 입주자 급매물에도 확대 적용되는 셈이다.

다만 조건이 있다. 입주자 급매물은 6억원 이하이고 전용면적이 85㎡ 이하여야 한다. 투기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구)에 있어서도 안 된다. 이를 사는 사람은 무주택자이거나 1주택자여야 한다. 급매물의 원래 주인은 다주택자여도 상관 없으나, 반드시 새집을 분양받아 입주일이 지났는데도 입주를 못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급매물을 사는 사람이 DTI 예외 대출을 받는 방법은 두 가지다. 국민주택기금에서 최고 2억원까지 연5.2%로 대출받거나,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금융사에서 대출받는 방법이다.

국민주택기금 대출은 조건이 까다롭다. 부부 합산 소득이 연 4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대출 총액 1조원 범위에서 지원된다.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은 무주택자·1주택자로서 신용등급이 가장 낮은 10등급만 아니면 이용할 수 있다. 금융사에 대출을 신청할 때 보증대출을 이용하겠다고 하면 알아서 처리해 준다.

◆“시장 기대에 못 미쳐”=업계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환매조건부 매입 가격이 불만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할인율이 30% 이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손해를 보면서 매각에 응할 곳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미분양 리츠펀드를 통해 미분양을 해결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건설협회 최상근 규제개혁팀장은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고 양도세 한시 감면 조치를 수도권으로 확대하는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일한·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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