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철의원 헌소 위헌결정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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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정대철(鄭大哲.사진)의원이 낸 공권력 남용 헌법소원사건을 헌재가 위헌 결정함에 따라 앞으로 검찰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인들의 법정출석을 막는 관행이 사라지게 됐다.

사실 검찰은 주요 피의자의 혐의내용에 대한 결정적 진술을 했던 증인들이 법정에 출석해 진술내용을 번복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정 출석을 전후해 검찰로 다시 소환하는 방법을 썼다.

이것이 당사자에게는 증언을 번복하지 못하게 하는 검찰의 압력으로 작용한 셈이다.

이번 사건이 헌법소원까지 가게 된 것도 鄭의원에게 돈을 주었다고 진술한 경성그룹 이재학 사장이 법원의 증인 채택에도 불구하고 법정에 출두하지 않은 것이 직접적 이유였다.

鄭의원측은 李사장이 법정에서 검찰에서의 진술을 번복할까봐 원천봉쇄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李사장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한데다 李씨 본인도 증인 출석을 꺼려 계속 검찰청사로 소환조사했다" 고 해명했다.

한편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현재 항소심에서 징역2년.집유3년을 선고받은 鄭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 더 길어질 것으로 법조계 인사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는 대법원이 헌재 결정에 따라 李사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 뒤 鄭의원의 유.무죄를 판단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항소심 재판부로 돌려보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경성그룹 사건=경성그룹 사건은 정대철 민주당 의원과 김우석(金佑錫)전 건교부장관이 구속기소된 현 정부 초기의 대표적 정치인 사정(司正)수사였다. 1차 수사 뒤 수사 미진이란 여론의 질책에 따라 2차 수사가 시작되는 등 '축소 수사' '표적 수사' 라는 시비가 끊이지 않았었다.

이 사건은 1998년 5월 한국부동산신탁(한부신)이 이재국(李載國)전 사장 등 3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경성그룹에 대한 9백50억여원 불법지원 혐의로 李전사장과 경성 이재길(李載吉)회장.이재학 사장 등 9명을 구속기소하는 것으로 1차 수사를 마감했다.

그러나 정치인 및 전직 장.차관 등 15명이 경성그룹을 위해 한부신에 압력을 넣은 사실이 수사에서 드러났는데도 검찰이 이를 덮어버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 쟁점화하자 검찰은 수사팀을 재편해 재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재수사 끝에 경성측에서 각각 4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鄭의원과 金전장관을 구속했다.

하지만 鄭.金 두 사람의 혐의는 한부신에 대한 특혜지원 압력과 무관한 별개의 이권청탁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것이어서 한부신이 부실기업인 경성측에 거액을 불법 지원해 준 경위는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정용환.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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