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독일-잉글랜드 '그라운드 전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71년간의 축구 전쟁' .

전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다음달 2일 오전 2시30분(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하는 월드컵 유럽 지역예선 잉글랜드와 독일의 2차전 경기에 쏠리고 있다.

'전차군단' 독일은 승리할 경우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본선에 직행하고 '축구 종가' 잉글랜드 역시 반드시 독일을 잡아야 남은 두 경기를 통해 독일을 제치고 직행 티켓을 따낼 가능성이 생겨 피차 양보할 수 없는 한판이다.

두 나라의 뿌리깊은 라이벌 의식은 경기의 중요성 못지 않게 흥미를 더하는 요소다.

1, 2차 대전에서 서로 총부리를 겨눴던 두 나라는 1930년 친선경기에서 처음 만나 3 - 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38년 베를린 올림픽에서는 잉글랜드 선수들이 히틀러에게 나치식 인사를 하도록 강요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말썽이 일었다.

66년 잉글랜드 월드컵 결승에서는 잉글랜드가 독일을 4 - 2로 꺾고 우승했지만 해트트릭의 주인공 조지 허스트의 두번째 골이 두고두고 '노골' 논란을 빚었다.

68년부터는 독일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며 영국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 70년 월드컵 8강전과 90년 월드컵 4강전 등 잉글랜드는 독일과 만난 주요 대회마다 무릎을 꿇었다.

그래서 2일 경기를 앞두고 악명높은 영국 훌리건들의 '원정 말썽' 이 예상되는 가운데 두 나라 언론과 대표팀 벤치는 신경전이 치열하다.

영국의 타임스지(紙)는 최근 원정기간 동안 영국 대표팀이 머무는 호텔이 "술주정꾼들이 새벽까지 떠들며 주연을 벌이는 유흥가 옆에 자리잡았다" 고 지적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가 독일축구협회.경찰 등에 자문해 예약한 숙소가 실은 라이벌 팬들이 충돌할 가능성이 큰 곳으로 꼽히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독일 루디 펠러 감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약하는 독일 대표팀 선수들이 2일 경기에서 특히 중요하다" 며 은근히 잉글랜드의 신경을 긁었다.

두 나라의 역대 전적은 13승4무11패로 잉글랜드가 앞선다.

신준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