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남편은 순찰중… 부인은 수업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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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경찰인 남편이 치안순찰을 나가면 분소를 지킵니다. 하지만 시골 어린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게 더 재미있습니다. "

충남 서천경찰서 시초분소장인 김종철(31)경장의 부인 문진영(文珍英.31)씨.

그는 지난 6월부터 서천군 시초면 초현리 시초초등학교 시청각교실에서 매주 수요일 1시간씩 3학년 학생 30여명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학원에 갈 수 있는 여건이 거의 안되는 이 벽지학교 학생들에겐 文씨의 영어교실이 큰 도움이 된다.

서천경찰서는 구조조정으로 경찰관 한명이 부인과 함께 근무하는 형태의 분소에서 특화서비스를 개발하도록 지난 4월부터 독려해 왔다.

文씨는 남편과 의논한 끝에 경찰서의 '분소별 특화서비스' 추진 방침에 호응하기위해 자신의 강사 경력(6년)을 살려 관내 어린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로 결정했다.

文씨는 초등학교 도움을 받아 영어강사로 일할 때 사용하던 영어학습 그림판과 시청각 교재를 적절히 활용, 학생들이 영어를 흥미롭게 배울 수 있게 지도하고 있다.

게임이나 놀이는 그가 학생들의 학습을 돕기 위해 동원하는 단골 메뉴다. 文씨는 일상 회화에서 많이 쓰이는 관용표현이나 단어를 가르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 학교 4학년 구은광(10)군은 "선생님의 영어수업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어 매주 수요일이 기다려진다" 고 말했다.

文씨는 "여건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지도할 생각" 이라고 말했다.

서천=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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