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청와대 당정개편 힘겨루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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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의 당무 거부 사태 이후 여권에 쏠리는 관심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당정 개편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 구로을 재선거 후보는 누가 되느냐" 는 것이다.

당정 개편 주장은 민주당 쪽에서 많이 나온다. 28일 당무에 복귀한 金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 참모진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청와대 비서는 그림자이고 얼굴이 있어서도 안되는데 왜 비서가 당의 문제를 언급하느냐" 며 언성을 높였다.

"8.15를 전후해 당정 쇄신을 했어야 하는데 그냥 넘어가 이런 일이 생겼다" (任鍾晳의원), "전반적인 쇄신이 없으면 여권은 더 이상 국정 운영을 해나갈 힘이 없다" (鄭長善의원)는 등 지난 5월 정풍(整風)운동에 참여했던 초.재선들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김근태 최고위원도 "시기와 범위는 대통령에게 맡겨야 하지만 당정 쇄신이 필요하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고 거들었다.

그러나 청와대 박준영(朴晙瑩)대변인은 이날 "김대중 대통령이 정기국회가 끝난 후에 당정 개편을 검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고 밝혔다. 朴대변인은 "지금 정부와 여당은 민생과 경제에 관한 주요 사안들이 산적해 있는 정기국회에 철저하게 대비할 때" 라고 못을 박았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연말에나 당정 개편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고, 이는 金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는 임동원(林東源)통일부 장관 교체를 포함한 개각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조율이 과제로 남아 있다. 자민련 관계자는 28일 "JP는 국회 표결 전에 林장관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고 전했다.

구로을 재선거에는 金대표의 출마가 사실상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金대표 본인도 28일 "언론이 구로을 선거와 (당무 거부를)연결시키는 건 핀트(초점)가 틀렸다" 며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여권의 가장 큰 과제는 金대표의 당무 거부로 표면화한 당과 청와대의 갈등을 추스르는 일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사기 저하와 불만이 위험수위여서 어떤 돌발사태가 발생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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