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지하철 승차권 한곳에 전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해외 배낭여행을 하다 보면 각양각색의 사람들 만큼이나 다양하게 접하는 게 그 도시의 지하철이다. 각 나라의 특성을 반영이라도 하듯 지하철 승차권도 천차만별이다.

미국 뉴욕의 승차권은 합리적인 뉴요커에 어울리게 비닐 커버에 노선도가 자세히 그려져 있다. 반면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지하철표는 우리 승차권의 다섯배나 될 정도로 길어 더운 날씨의 '늘어진' 생활패턴이 배어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지하철 승차권은 어떨까. 31일부터 9월 8일까지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서울시지하철공사의 지하철승차권동우회가 여는 전시회에 가면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서울뿐 아니라 부산.인천.대구 지하철의 승차권 1천5백여점을 연도별로 분류해 놓아 지하철의 어제와 오늘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지하철공사 직원 22명으로 구성된 지하철승차권동우회는 지난 3년 동안 황학동 벼룩시장과 회현동 수집상.화폐상 등을 찾아다니며 옛 승차권을 찾아냈다.

전시작은 30원짜리 초기 승차권부터 한달 동안 횟수에 제한 없이 사용 가능한 정기권,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의 11장짜리 쿠폰 회수권 등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추억의 승차권' 이 대부분이다.

동우회 회원 천병암(41)씨는 "먼지 묻고 찢어진 20여년 전의 승차권을 친척집 앨범에서 발견했을 때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며 "1974년 전철 개통 이후 지금까지 깔끔하고 손에 쏙 들어오는 디자인이 대부분인 걸 보면 우리 민족은 꽤나 단아한 민족같다" 고 말했다.

동우회 손한천 회장은 "자비를 들여 승차권을 사 모으려다보니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희귀 승차권은 눈도장만 찍어야 했다" 며 "전시회가 끝나면 사진첩으로 만들어 승차권의 역사를 정리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02-520-5033.

박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