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세상보기] 인간 복제의 허와 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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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인간복제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인간복제의 문제는 윤리 이론적인 면에서는 매우 중요하지만 실생활에서 문제를 일으킬 소지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 흔히 생각하는 인간복제란 나와 똑같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똑같은 인격을 가진 개체를 만드는 것인 듯하다.

그러나 이것은 '마음' 을 복제할 때나 가능한 일로 현재 기술로는 실현할 수 없다. 생물학적인 의미로 인간복제는 한 개체와 유전정보가 동일한 또 다른 개체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일란성 쌍둥이 형제를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와 똑같은 인간이 만들어진다든가, 내가 영원히 사는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인간복제에 사용될 수 있는 기술로는 크게 수정란 분할과 체세포 핵이식 두 가지가 있다. 이 두 방법은 어떤 아이가 태어날지를 예측할 수 있느냐는 점에 있어 크게 다르다.

수정란 분할법은 정자와 난자가 합쳐진 후 분열해 4~8개의 세포가 됐을 때 각각의 세포들을 분리해 발전시켜 복제인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상적인 임신에서 일란성 쌍생아가 생기는 원리다. 이 방법에서는 어떠한 수정란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태어날 아기가 어떤 인간일지 예측할 수 없다.

체세포 핵이식법은 복제양 돌리를 만들 때 사용됐는데 성숙한 세포를 (핵을 빼낸) 난자와 합쳐 분화시키는 방법이다. 이 세포를 자궁에 착상하면 핵을 제공한 체세포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가 태어나게 된다.

현재 논란이 많이 되는 것은 이 방법인데, 그 이유는 특정 유전정보를 가진 아기를 '선택' 해 만드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기본적으로 시간 차이를 두고 일란성 쌍생아를 만드는 것이다. 즉 60세인 사람의 체세포를 이용해 2년 후 복제인간을 탄생시킨다면, 태어날 아기는 유전자 공여자와 62년간의 차이를 둔 일란성 쌍둥이 동생이 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여러 단계에서 기술적 문제점이 아직 많아 실패율이 높고 매우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인간을 복제하고 싶은 사람들은 매우 특수한 이유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가족 모두가 사망했으나 자신은 더 이상 번식 능력이 없다든가, 사랑하던 애인이 죽어 그 사람을 재현하고 싶다든가, 동성애자 부부가 특정인의 유전자를 이용해 자식을 가지려 한다든가 등일 것이다.

그러나 엄청난 돈을 치러야 할 인간복제보다 더 쉽고 경제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을 것이다. 오히려 복제를 하면 당사자들에게 더 많은 문제가 생길 것이다.

물론 몇 가지 우려되는 시나리오도 있을 수 있다. 65세의 죽어가는 사람이 장기를 이식받기 위해 자신과 동일한 인간을 만들고 장기만 꺼낸 후 아이는 폐기시키는 황당한 시나리오도 있겠다. 그러나 이것은 현행법으로도 규제 가능한 불법이 분명하므로 엄청난 돈과 시간을 투자해 몰래 이 복잡한 절차를 거칠 사람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결론적으로 인간복제는 속빈 강정과 같다. 자극적으로 들리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실용적 가치는 별로 없다. 오히려 건전한 과학에 투자돼야 할 국민적 에너지가 낭비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김선영 서울대 교수 · 유전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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