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안동선사퇴' 혼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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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에 대해 '친일파' 라고 비난하고 '놈' 이라고 막말을 한 민주당 안동선(安東善)최고위원의 사퇴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민주당이 20일 상반된 입장을 표명하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더구나 민주당 일부 의원은 "동교동계인 安위원이 어제까지의 입장을 바꿔 전격 사퇴한 데는 청와대와의 교감이 있었을 것" 이라며 "당과 상의하지 않고 최고위원직 사퇴를 결정할 수 있느냐" 고 반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安위원은 이날 오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은 매우 유감이며, 영수회담을 위해 최고위원직을 사퇴한다" 고 밝혔다.

安위원은 그러나 "李총재는 부친이 일제 때 일본 검찰의 서기직에 있었던 친일인사라는 의혹에 대해 국민 앞에 해명해야 한다" 고 말하고 "5.16 군사재판 때 민간 재판관으로선 유일하게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의 사형판결에 참여한 데 대해서도 설명하라" 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어 열린 민주당 확대 당직자회의는 "安위원의 최고위원직 사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당의 뜻" 이라는 입장을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을 통해 발표했다.

회의에서 김중권(金重權)대표는 "安위원의 발언에 대해 이미 당 대표가 유감표명을 했으므로 사퇴는 적절치 않다" 고 말했고, 노무현(盧武鉉)고문과 김근태 최고위원.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도 강력히 반대했다고 田대변인은 전했다.

파문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安위원 스스로 사퇴의사를 밝혔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것" 이라고 정리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安위원의 사퇴에 대해 "정략적 사퇴" 라며 "安위원을 사석(捨石.버리는 돌)으로 사용해 李총재에게 계속 흠집을 내려는 것" 이라고 반발했다.

김종혁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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