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근리 폭격 배상요구 다시 세질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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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1월 한.미 양국간에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간주됐던 노근리사건 진상규명과 관련, 당시 쟁점이었던 ▶미군의 공중사격 지시▶미군 당국의 민간인 사살 지시와 관련된 문건이 새로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출판사인 헨리 홀트는 최근 웹사이트(http://www.henryholt.com/nogunri)를 통해 25건의 관련 문서를 공개했다.

이 출판사가 노근리 관련 문서라며 공개한 7월 26, 27일자 '미 5공군 제8폭격전대 35폭격기 대대의 출격임무 보고서에 의하면 이 대대 소속 F-80 전투기 총 12대가 3회에 걸쳐 용암리 남동쪽 3마일 지역에 출격, 사격을 가했다.

또 1950년 7~8월에 걸쳐 미군이 민간인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담은 문서도 공개됐다.

이들 문서는 두개 쟁점의 상당부분을 새롭게 조명해 준다.

우선 공중사격 문제와 관련, 미 정부는 노근리 사건 규명과정 내내 '관련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는 입장이었다.

우리 정부는 상부부대 문서의 사격관련 문구를 근거로 50년 7월 27일 사격이 있었다고 했지만 미국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50년 7월 27일자 미 5공군 제8폭격전대 35폭격기 대대의 출격임무 결과 보고서는 '황간 서방 1마일 지점에서 미확인 대상을 기총사격했다' 고 분명히 기록하고 있다.

또 7월 26일자는 '용암리 남방 3마일에서 미 공군에 의해 50~1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고 했으며 역시 당일 '용암리 남동 3마일 지점을 사격했다' 고 기록했다. 문제는 이 공격이 '노근리 사격' 이냐는 점이다.

국방부는 "용암리 남방 3마일은 노근리가 아닌 황간 부근이며 노근리는 용암리 남동 1.5마일 지점" 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또 "당시 피해자는 집중 공격받은 시간을 당일 오후 1시라고 했는데 보고서는 오후 6시40분으로 기록했다" 고 밝혔다. 노근리와 관련된 문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민간인 사살 부분에서 미 정부는 "명령을 내린 기록이 없다" 고 주장해왔지만 이번에 뒤집혔다.

50년 8월 29일자 문서는 당시 노근리를 포함해 작전을 폈던 미 1기갑사단의 게이 장군이 예하 박격포부대에 보낸 명령서에서 사격명령을 지시했음을 보여주는 기록이 있다. 또 7월 27일자 25보병사단의 문서에도 같은 지시가 나타난다.

그러나 노근리 미군 양민학살사건 대책위는 "이 문서가 노근리 사건 관련 문서" 라며 "그동안 왜곡.조작한 미 국방부 책임자를 처벌하고 공식사과와 아울러 손해배상을 하라" 고 요구했다.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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