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국고보조금 첫 실사…여야 4200만원 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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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柳志潭)는 20일 정당 국고보조금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민주당.한나라당.자민련.민국당이 지난해 규정과 달리 용도 외로 사용한 총액은 4천2백만원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위반금액의 두배인 8천4백만원을 다음 분기 국고보조금에서 감액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2건에 5천9백만원, 민주당은 2건에 1천1백만원, 자민련 2건 9백만원, 민국당 1건 4백만원이 감액된다.

선관위 이규건(李圭鍵)홍보관리관은 "4개 정당이 정당 운영경비로 사용토록 한 국고보조금을 이중회계 처리하는 등 용도 외로 사용했다" 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경우 전기요금으로 5천8백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회계보고했으나 실제로는 그 절반인 2천9백만원만을 줬다고 선관위는 설명했다.

민주당도 대의원대회 개최비용 4백만원을 이중처리했으며, 모 기획사에 대의원 행사비용을 준 사실이 없음에도 1백만원을 준 것처럼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민련은 꽃값 1천5백만원을 1천9백만원으로 부풀렸다.

민국당은 구입하지도 않은 음향기기 값으로 2백만원을 올렸다. 李홍보관리관은 "이런 위반 내역으론 정당이 수회에 걸쳐 고의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빼돌리는 '허위 보고' 했다고 보긴 어렵다" 고 말했다.

허위 보고했을 때는 보조금 지급 총액 가운데 25%가 감액된다. 이 규정을 적용할 경우 ▶한나라당 53억원▶민주당 46억원▶자민련 24억원▶민국당 6억원 등 모두 1백26억원이 감액돼야 한다.

이 때문에 "허위보고에 대한 처벌조항이 지나치게 가혹하다" 는 주장과, "이번 선관위의 조치는 솜방망이 징계" 라는 상반된 주장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번 실사(實査)는 국고보조금을 지급한 뒤 20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실사를 마친 뒤 "국고보조금이 이 정도인데 기탁금.후원금.당비 사용은 더 불투명할 것" 이라고 예상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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