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동신 국방장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지난 18일 귀국한 김정일(金正日)북한 국방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에 견해를 같이 해 주목을 끈바있다.

특히 첨단무기 제공 등 군사협력에 대해서도 깊숙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따라 북한이 앞으로 군사력을 어떻게 보강해나갈지 주목된다.

김동신(金東信)국방장관을 만나 최근의 안보상황과 북한 군사력 움직임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 주한미군 철수에 관한 북.러 정상회담 합의내용은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해 6.15선언 이후 밝혀온 것과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金위원장이 6.15 정상회담을 포함, 몇 차례에 걸쳐 주한미군의 존재를 인정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상황이 나빠지니까 철수로 입장을 바꿨다고 생각한다. 향후 남북 및 미.북대화에서 북한의 의도가 보다 가시화될 수 있다고 본다. "

- 金위원장이 요청한 러시아 무기 지원문제는.

"북한은 러시아에 미그-29 면허생산, T-80U 전차.S-300 대공미사일 제공과 군수시설 복원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합의된 것은 아직까지 아무것도 없고, 다만 러시아가 한반도 군사력의 균형을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공할 방침이라고 비공식적으로 통보해 왔다. "

- 1999년 연평해전으로 늘어난 북한군 훈련이 6.15 정상회담 이후에는 다시 원상회복됐다는데 최근 동향은.

"육군의 경우 연대급 이하의 훈련은 이뤄지나 지난해 같은 군단급 기동훈련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공군.해군도 지난해 여름보다 감소했다. 그러나 북한의 군사력 위협은 전력증강이나 부대배치로 볼 때 전혀 변함이 없다. "

- 북한의 재래식무기 감축 문제와 관련, 우리가 담당하는 분야는 직통전화 설치 등 신뢰구축(CBM) 차원이고 방사포 등 주요 전력분야는 북.미간의 협의사안이라는 관측이 있는데.

"북한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것은 한국이라는 점을 미국측도 인정한다. 따라서 우리가 신뢰구축 분야부터 시작해 협상을 해나가되, 그 내용을 놓고 한.미가 협의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북.미는 이 문제에 대해 물밑에서 실무접촉 중인 것으로 안다. "

- 북한이 병력을 10만명으로 줄이자는 과거 주장처럼 군비축소를 역제의하면 수용할 수 있는가.

"재래식무기 위협을 완화하려면 먼저 신뢰구축이 돼야 한다. 그런 뒤에야 무기의 배치.수량 등에 대한 통제.제한.축소 등 논의가 가능하다. CBM을 하려면 검증이 필수적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검증과 투명성을 들고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우리는 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맞춰 신뢰구축부터 추진한다는 게 기본방침이다. "

- 대북 화해정책에 따라 군 본연의 임무수행에 혼선이 빚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남북관계에서 다른 분야에 진전이 있다하더라도 군사문제가 해결돼야 평화가 정착된다. 그런데 군사적인 면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어 어려움이 있지만 군의 기본입장은 확고하다. "

- 지난해 남북국방장관회담에 따라 추진되던 경의선 연결공사는.

"우리 군은 철책선 남쪽지역의 철도와 도로 노반공사를 지난 7월 말에 완료했다. 지금은 궤도부설과 도로포장 공사 중이다. 비무장지대 내 공사는 북측이 합의서 서명을 지연하고 있어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

- 북한에 대한 주적개념은 계속 유지하나.

"북한의 군사력이 우리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라는 현실 인식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주적개념에 어떠한 변화도 없다. 앞으로 남북간에 실질적인 군사 신뢰구축과 긴장완화가 가시화될 경우에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판단된다. "

- 비싼 첨단무기를 사려면 기존의 군 운용방식에 대한 구조조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기본적으로 조직이 현실에 안주할 수는 없다. 군도 수차에 걸쳐 조직을 정비하고 경상비를 줄이는 노력을 해왔다. 신국방 차원에서 앞으로 더 정비할 계획이다. 그러나 북한의 재래식 무기 위협 때문에 구조조정에는 한계가 있다. "

김민석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