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대 김일성 생가 북한 공식관광 '필수 코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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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남한측 사람들이 북한에 가면 들르는 '공식' 관광코스가 있다. 대개 체제 선전에 유리한 곳들이다.

이번 평양 '민족통일대축전' 에 참가한 남측 방문단도 예외없이 북측이 지정한 코스를 밟았다.

방북 민간대표단은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하면 만수대 언덕의 김일성(金日成)주석 동상으로 직행한다. 북측이 동상에 헌화하라고 강요하지는 않더라도 대표단은 대개 원활한 여정을 위해 북측 제안을 수용하게 된다. 다만 이번 방문단은 방문 목적에 따라 동상 헌화행사를 갖지 않았다.

일정표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방문단의 코스가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북측은 만경대의 金주석 생가 방문을 꼭 집어넣는다. '만경대 정신' 의 방명록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장소가 이 곳이다.

이 곳에는 만경대 옛집과 만경대 혁명사적관이 있다. 인근에는 평양 시민들이 즐겨찾는 만경대 유희장과 물놀이장이 있다.

지난 7월 이 곳을 방문한 朴모(33.회사원)씨는 "방명록에 서명하고 안하고는 자유의사였다" 고 말했다.

그 후 일정은 방문 목적에 따라 다르지만, 평양에선 ▶대동강변 주체사상탑▶인민대학습당▶평양산원▶만경대학생소년궁전▶동명왕릉▶단군릉 등을 둘러본다. 지방의 경우는 묘향산.백두산지구 등을 방문하게 된다. 이번 방문단도 평양산원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비슷한 곳을 둘러봤다.

북측은 이번 남측 방문단에는 특별히 쑥섬 혁명사적지와 신미리 애국열사릉 방문 일정을 추가했다. 쑥섬 사적지는 1948년 4월 남북 연석회의에 참석한 김구.김규식.홍명희 등 남측 지도급 인사들과 김일성 등 북측 지도급 인사들이 대동강 쑥섬에서 지도자회의를 열었던 것을 기념하는 '통일전선' 사적지다.

한편 애국열사릉은 조완구.최동오 등 납북 임정요인을 비롯한 남측 인사들도 묻혀 있는 곳이다. 평양 방문객의 빼놓을 수 없는 코스는 주체사상탑이다. 높이 1백70m의 이 탑 꼭대기에 올라서면 평양시 전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단의 행사에서 논란을 빚은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도 앞으로는 방북자의 공식코스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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