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김기태, 올해 홈런 한개도 못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이번 여름 정말 덥네요. "

푹푹 찌는 여름, 누구나 느끼는 것이지만 좌절의 쓰라림 속에 있는 사람에게 체감온도는 더 높아진다. 그것이 첫 시련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삼성 김기태(32.사진)가 그렇다. "그동안 너무 잘 풀렸죠. "

프로 11년차인 그는 늘 최고의 자리에 있었다. 1994년 왼손타자로 첫 홈런왕에 등극했고 올스타에도 줄곧 명함을 내밀었다. 사람을 휘어잡는 마력이 있지만 털털하고 부드러웠다. 실력.인기.명예의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그는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로 18억원의 최고 몸값을 받고 삼성과 4년 동안 재계약했다.

그런 그가 요즘 안보인다. 지난 18일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올해 벌써 세번째다. 매년 평균 20개 이상씩 치던 홈런은 단 한개도 없다. 그에겐 이보다 더 나쁜 적이 없었다.

펄펄 나는 선수가 아닌 '잘 나가지 못하는' 이와의 대화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오른쪽 무릎 부상은 잘 치료되는지" 물었더니 "애들 커가는 낙으로 산다" 고 선문답했다.

단 한가지, "삼성에 남지 않고 SK로 돌아갔다면 더 많은 기회가 있지 않았겠는가" 는 물음에는 또렷이 대답했다. "챔피언 반지를 끼고 싶다. 삼성이라면 가능하다고 본다. "

그의 욕망은 여전히 꿈틀댔다.

최민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