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체포 장교, 추종자·언론서 '뭇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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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쿠바혁명의 전설적 지도자로 혁명 수출을 위해 볼리비아에 밀입국한 체 게바라(사진)를 체포했던 인물이 34년 만에 뒤늦게 수난을 겪고 있다.

가리 프라도 멕시코 주재 볼리비아 대사(당시 대위)는 1967년 안데스 산악지대인 추로 협곡에서 게바라를 체포했다.

프라도는 장군까지 진급한 뒤 퇴임, 외교관으로 변신해 런던 대사 등을 거쳐 현재는 멕시코 주재 볼리비아 대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프라도의 이런 이력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게바라 추종자들의 직접적 위해행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26일엔 멕시코 주재 각국 외교관과 문화예술인들이 모인 연회장에서 휠체어를 탄 프라도의 모습을 알아본 한 남성이 갑자기 달려들어 얼굴에 와인세례를 퍼붓고는 "게바라를 위한 건배" 를 외쳤다.

이 남성은 멕시코의 유명한 좌파 영화평론가 알베르토 이자르로 그는 사파티스타 반군지도자 마르코스의 은사다.

프라도는 13일 멕시코 언론과의 회견에서 "67년 10월 8일 볼리비아로 잠입한 체 게바라를 직접 체포해 교도소로 보냈다" 면서 "당시 미국 정부가 게바라 체포와 암살에 개입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고 말했다.

프라도는 또 "당시 기진맥진한 게바라로부터 받은 인상은 실패한 혁명가의 이미지였는데 지금의 영웅적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 고 덧붙였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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