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DJ와 회담때 실수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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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조셉 바이든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11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자신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실수를 저질렀음을 알고 있다" 고 말했다.

폴 사베인스(민주.메릴랜드).프레드 톰슨(공화.테네시).앨런 스펙터(공화.펜실베이니아)의원 등과 함께 아시아를 순방 중인 바이든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 의회 내 햇볕파 인사로 알려진 바이든 위원장은 지난 6일부터 대만과 중국을 잇따라 방문, 천수이볜(陳水扁)총통과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 등과 만나 동북아 정세를 논의했다.

그러나 당초 추진했던 방북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으로 무산됐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 한.미 관계가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적인 행동으로 삐걱대고 있다. 예컨대 부시 대통령은 지난 3월 7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金위원장을 겨냥해 '회의감을 갖고 있다' 고 발언, 金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물론 金대통령의 입지를 좁혀버렸다.

"미국과 한국이 공동으로 저지른 실수다. 당시 워싱턴은 신정부가 막 출범한 탓에 상황이 어수선한 데다 한.미간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하지 않아 그같은 실수가 발생한 것 같다. 나는 지난주 백악관에서 부시 대통령을 만났다. 부시 대통령 자신이 그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부시 대통령의 그 발언은 결코 의도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실수에 연연하지 말고 한.미 관계를 탄탄하게 다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 金위원장은 지난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주한미군 철수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초미의 관심사" 라고 말했다.

"나는 지난 8일 베이징에서 江주석과 츠하오톈(遲浩田)국방부장을 만났다. 중국측은 주한미군이 동북아 정세를 안정시키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나는 평양도 내심 주한미군 주둔을 바라고 있을 공산이 크다고 생각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대한(對韓)방위 공약의 핵심적인 약속이다. 한국 국민이 원하는 한 주한미군은 한국에 주둔할 것이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은 주한미군이 한국 대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주둔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

- 북한은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대화 의제에서 재래식 전력 문제가 철회돼야 한다" 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자는 입장이다. 내가 만나본 바로는 부시 대통령도 평양과의 대화에 적극적이다. 물론 우리는 의제에 재래식 전력.미사일.핵 등의 문제가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대화의 전제조건은 아니다. 또 이것은 내가 백악관에서 직접 확인한 것인데 핵.미사일.재래식 전력 등의 이슈는 서로 연계된 것이 아니다. 어느 문제든지 평양이 원하는 이슈를 개별적으로 다뤄나가도 무방하다. 특히 북한이 미사일 개발 또는 그 기술 수출을 중단하는 조치가 중요하다. "

- 북한이 미사일 수출을 중단하는 반대급부로 얻을 것은 무엇인가.

"평양은 미국으로부터 인공위성 대리 발사, 식량원조, 경제봉쇄 해제 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북.미 관계는 물론 남북 관계도 급격히 개선될 것이다. "

-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에 전력지원을 희망하고 있으나 미국의 반대로 머뭇거리고 있는 것 같다.

"글쎄, 나는 잘 모르는 얘기인데…. " (바이든 위원장과 함께 내한한 톰슨 의원은 대북 전력지원에 대해 "지원이 이뤄지면 북한이 제네바 기본합의에 대한 의존도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고 말했다. 또 이 문제와 관련, 기자간담회에 배석한 에번스 리비어 주한 미 대사대리는 "대북 전력지원을 위해 남측 조사단이 북한에 들어가려 했으나 북한이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 며 "미국은 이 문제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입장이 없다" 고 설명했다. )

-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도 인터넷 등을 통해 중앙일보를 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金위원장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웃으며)金위원장에게 한마디만 전하고 싶다.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시오(Don't Build Missile)."

최원기 기자

*** 조셉 바이든은 누구?

조지프 바이든 미상원 외교위원장(58)은 미의회내 대표적인 햇볕파다.

델라웨어주 출신의 민주당 6선인 그는 지난 6월 공화당 제임스 제퍼스 의원 탈당으로 다수당이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바뀌면서 상원 외교위원장에 선임됐다.

평소 북한을 고립시키는 봉쇄정책보다 개입을 통한 햇볕정책이 현명하다고 믿는 그는 지난 4월 자신의 보좌관을 평양으로 파견,방북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그는 “金위원장이 초청한다면 올 가을쯤 평양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부인 질 제이콥스 사이에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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