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 정부 '경기 살리기' 팔 걷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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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조석으로 부는 바람이 어느 새 한여름과는 사뭇 다르다. 그러나 경제현장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여전히 후텁지근하다.

무엇보다 성장전망이 갈수록 어두어지고 있다. 지난 6월 하순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3%에서 3.8%로 대폭 낮췄는데, 지금은 3%도 어려울 것이라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나오고 있다. 곧 발표될 소비자 체감경기 지수도 이와 유사한 궤적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라 8.15 경축사에서 대통령이 경제와 관련해 어떤 대책을 언급할 지에 관심에 쏠리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만 바라보고 있던 정부도 팔을 걷어부치고 나설 모양이다. 이번 주에 도로.주택 등 대형사업 가운데 일정이 더딘 25개를 골라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늦어진 공사 일정을 채근해 재정자금이 시중에 많이 풀려나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투자활동의 주축인 기업들이다. 잇단 콜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움직임에는 여전히 활기가 없다. 나라 안팎의 환경이 어려운 만큼 이들이 판을 벌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하는데 아직도 정치권과 정부의 자세에서 적극성을 찾아 보기는 어렵다.

여.야.정이 지난주 경제정책협의회를 열고 13개항의 합의문을 발표했지만 역시 알맹이는 별로 없었다. 일단 공정위의 규제대상 그룹을 상위 30대가 아니라 얼마 이상의 자산을 가진 기업으로 바꾸기로 했는데, 이에 따라 그 '얼마' 에 기업들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어쨌든 이번 정책협의회에서 하다만 얘기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진척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돌아가는 얘기로 볼 때 봉급생활자와 중소사업자들의 세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 확대를 주장하는 정부.여당과, 국민과 기업의 세부담 경감을 외치는 야당의 주장이 적당한 선에서 절충하는 모양새가 될 전망이다.

지난 주에 또 인하돼 사상 최저인 4.5%에 이른 콜금리가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관심거리다. 이미 지난 주말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한때 5%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금리인하가 적어도 증시엔 호재로 작용해야 하는데 이것도 먹히지 않으니 답답할 뿐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투자신탁은 미국 AIG그룹이 인수하기로 해 그나마 큰 짐은 하나 덜게 됐다. 그러나 대우차 문제는 아직도 인내심이 더 필요할 것 같다. 군산.창원공장은 GM이 인수하되 쟁점이 돼온 부평공장은 GM에 위탁경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최종 가격 흥정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날씨가 누그러지면서 관심이 줄어들곤 있으나 전기료 누진제가 고쳐질 지도 지켜볼 일이다. 산업자원부는 일단 7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고 다시 논의하자는 쪽이다.

심상복 국제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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