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파란조끼 할아버지' 통역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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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파란 조끼 할아버지를 찾아라 ! "

한국에 관광온 일본인들이 서울 인사동을 들를 때면 으레 파란 조끼를 입은 사람을 먼저 찾는다. 인사동 거리를 함께 다니며 일어로 자세한 관광안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맛좋은 음식부터 골동품 유래까지 유창한 외국어로 설명하는 이들은 인사동의 명물 '시니어 자원봉사단' 이다.

매일 오후 인사동을 가면 만날 수 있는 이들은 특유의 유니폼 때문에 '파란 조끼 할아버지' 로도 통한다.

"왜곡 교과서 파문 때문인지 일본인 관광객이 너무 줄었어. "

시니어 자원봉사단 16명 중 최고의 일어 통역 실력을 자랑하는 한석도(韓晳道.79)씨는 "한.일간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일본인 관광객 수가 크게 줄어든다" 고 말했다. 예전엔 하루 열팀 넘게 통역을 할 정도로 바빴지만 요즘은 하루 세건도 힘들다는 것.

시니어 자원봉사단(http://www.src.or.kr)은 외국어와 관련한 직업에 종사하다 은퇴한 노인들이 관광통역을 해주는 봉사단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태원.명동 등 서울의 주요 관광지에서 활약했으나 현재는 인사동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한 韓씨의 열정은 남다르다. 인사동의 구역별 상점지도를 만들고 전통차의 제조방법.재료.효과 등을 일어로 표기해 각 찻집에 나눠주기도 했다.

"한국 전통차를 마시러 온 일본인에게 아무 차나 대접할 순 없잖아. " 韓씨는 잘못 표기한 일어 간판이나 차림표가 여전히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허, 그 지도 덕분에 안내하기가 너무 수월해졌지. " 韓씨와 같은 조에서 활동하는 영어 통역 봉사자 이동규(李東圭.69)씨는 韓씨가 만든 지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울시청 홍보관에서 2년째 통역봉사도 병행하고 있는 韓씨는 "통역 봉사자들이 대부분 칠순을 넘었지만 일할 때만큼은 젊은이 못지 않게 정열적" 이라며 "골동품 하나를 설명하더라도 전문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책에서 손을 떼지 않는다" 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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