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사령답 대슐 총무 부시외교 맹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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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톰 대슐(사진)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제1 적장(敵將)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소야대 전에도 대슐은 상원의 민주당 지도자로 야당쪽의 영수(領袖)이기는 했다. 하지만 상원이 여소야대로 바뀌면서 그의 영향력은 워싱턴을 뒤흔들고 있다.

그런 대슐이 최근 부시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를 주도하고 있다. 부시가 2004년 대선에 다시 출마하면 대슐은 앨 고어 전 부통령과 함께 민주당의 대항마가 될 확률이 높은 후보다.

대슐 총무는 9일 워싱턴에서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휴가 중인 부시 대통령에게 중거리 미사일을 쏘았다.

그는 우드로 윌슨 센터에서 행한 연설에서 각종 국제협약의 폐기를 공언한 부시 대통령을 '일방주의자(unilateralist)' 라고 몰아붙이며 그의 외교정책을 맹공했다.

그는 "미국은 지금 국제사회의 지도력을 강화하기보다 포기하고 있다" 고 비판했다. 또 그는 "부시 행정부가 중국.러시아와 미국의 미묘하고 복잡한 관계를 공동의 이익이라는 스펙트럼이 아니라 단지 미사일 방어(MD)라는 프리즘으로만 쳐다보고 있지 않은가 우려한다" 고 지적했다.

대슐은 부시의 MD 계획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가장 작은 위협에 가장 비싼 대가로 대응하는 것" 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커다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니라 화물 컨테이너나 버스 등을 통해 밀반입이 가능한 생화학무기나 폭탄" 이라고 지적했다.

대슐 총무는 특히 미.러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개인적 품성에 대해 칭찬을 남발한 것에 대해 "타인의 심성에 대한 한 개인의 평가를 기초로 미국의 전략적 관계를 구축하는 일은 엄청난 도박" 이라고 깎아내렸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푸틴이 언론자유와 체첸의 인권을 짓밟는 것에 대해서는 공개적인 얘기를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대슐 총무는 주중대사.중앙정보국(CIA)국장.대통령을 지낸 사람을 아버지로 두었던 부시 대통령과 달리 1947년 사우스 다코타 아버딘에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집안에서 대학을 졸업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그는 78년 하원의원에 당선돼 4선을 기록했다. 86년엔 상원에 진출했으며 94년부터 민주당 총무를 맡고 있다. 이처럼 빨리 민주당 지도자가 된 것은 린든 존슨 이래 처음이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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