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 축구는 재미가 첫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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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 유소년 선수들의 경기 비디오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볼을 다루고 경기를 운영하는 솜씨가 세계적인 수준이더군요. 그런데 성인 선수들은 왜 세계 정상에 못 오를까요. 나이에 맞는 체계적인 훈련을 받지 못해 일찍 시들어버리는 거죠."

스페인의 원로 축구지도자 라우레아노 루이스(67.산탄데르 시립축구학교장.사진)가 한국을 방문했다. MBC 꿈나무축구재단이 주최한 유소년지도자강습회(11월 5~9일)에 강사로 초청됐다. 루이스는 1970년대 요한 크루이프가 뛰던 시절 FC 바르셀로나의 감독을 맡았으며 40년간 수백 명의 프로선수를 길러냈다.

루이스의 유소년 축구 훈련법은 온화하면서도 개성이 넘쳤다. "7~10세 아동들은 축구화 대신 운동화를 신고, 헤딩도 고무공이나 풍선으로 시작해야 해요. 그래야 몸에 무리를 주지 않고 재미있게 축구를 익힐 수 있죠. 정규 골대를 쓰면 너무 쉽게 골을 넣어 금세 흥미를 잃게 돼요."

그는 한국 유소년 선수들이 지도자에 대한 예의가 바르고 노력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라고 했다. "복종심이 너무 강해 수동적이 되거나 의사 표현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에 "그건 아이들이 아니라 지도자들의 책임"이라고 잘라 말했다.

루이스는 스페인에서 이천수(누만시아)의 경기를 자주 봤다고 했다. 그는 "이천수는 훌륭한 선수다. 그러나 스페인 클럽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좀더 마음을 열고 동료들에게 친밀감을 표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 사람들의 친절과 열정에 반했다는 그는 "스페인 진출을 원하는 한국 선수들이 있으면 언제든지 도와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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