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정보 찾기] 낭만이 있는 노천카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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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9일 오후 9시 서울 지하철2호선 강남역. 5번 출구로 나와 서초역 방향으로 몇발짝 옮기자 색다른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큰 길가에 놓인 간이탁자에 둘러앉아 저마다 맥주잔을 앞에 놓고 왁자지껄 목청을 높이고 있다. '넥타이 부대' 가 주류인 이들로 인해 이곳은 저녁 어스름부터 밤늦을 때까지 흥청거린다.

노천주점 간이탁자들이 서초로 넓은 길 보도 한편에 길게 늘어선 모습은 프랑스 파리나 독일 뮌헨의 노천카페와 다를 바 없다.

강남역 주변이 30, 40대 직장인들의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에 늘어선 노천주점에서 시원한 바깥바람에 더위를 식히며 대도시 여름 밤의 정취도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는 서초구 서초동 A정보통신 이민균(李珉均.39)과장은 "직장 동료들과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푼다" 며 "분위기도 좋고 가격도 부담이 없어 즐겨 찾는다" 고 말했다.

서초로 주변에 노천주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 그러나 지금처럼 10여곳 이상이 성업하게 된 것은 IMF 이후 직장인의 주머니가 얇아지면서부터.

이곳의 '브레스헨 호프' 주인 한영복(韓榮福.50.여)씨는 "5백㏄ 생맥주 한잔이 2천원, 가장 잘 팔리는 안주인 프라이드 치킨이 한마리에 1만1천원으로, 세명이 먹고 마셔도 3만원 안팎이면 충분하다" 고 말했다. 이 일대 노천주점들은 대부분의 업소가 어깨를 맞대고 있다 보니 가격과 메뉴에 별 차이가 없다.

이곳에서 생맥주뿐 아니라 저녁식사까지 하고 싶은 사람은 골목길 안쪽의 중식당 '드래곤 서울' 을 찾으면 좋다. 멋들어진 파라솔 아래서 먹는 매콤한 사천자장면(5천5백원)과 해물냉채가 들어간 중국식 냉면(9천원) 맛이 일품이다. 시원한 알루미늄 잔에 가득 담아 나오는 5백㏄ 생맥주는 3천원을 받는다.

서구풍 테라스에 앉아 약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패밀리 레스토랑 '마르쉐' 나 팬케이크 전문점 '에이합스' 가 제격이다. 마르쉐에서는 닭다리살을 발라 야채와 함께 꼬치에 꽂은 닭다리 케밥(5천2백원)을 생맥주(국산 3천4백원.외산 3천9백원)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에이합스에서는 바삭 튀긴 옥수수 토틸라에 쇠고기와 치즈, 양상추가 곁들여진 멕시칸 타코(1만8천9백원)를 안주로 생맥주 한잔을 1천6백원에 마실 수 있다. 월~금요일 오후 6~8시에는 맥주 한잔에 1천원만 받는다.

글=김선하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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