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언론사주 사법처리 수위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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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세청에 의해 탈세혐의로 고발된 언론사 사주(社主)와 대표자 등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사법처리 수위 결정이 임박하고 있다.

검찰은 8일 국민일보 조희준(趙希埈)전 회장 등 3명을 소환한 데 이어 이르면 9일 조선일보 방상훈(方相勳)사장과 동아일보 김병관(金炳琯)전 명예회장도 소환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29일 국세청의 고발에 따라 시작된 검찰 수사가 40여일 만에 피고발인 소환 조사를 마치게 됐다.

검찰은 국세청의 고발 내용을 토대로 한 수사에서 사주 및 대주주들의 혐의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구속 또는 불구속 기준 등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면서 "일단 조사를 해봐야겠다" 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로 인해 검찰의 사법처리 수위 및 시기 등을 놓고 갖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고발된 언론사 법인과 사주들의 법인세 및 증여세 포탈 규모로 볼 때 일부 사주에 대한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8일 국세청이 고발한 사주들의 탈세액은 ▶동아일보 金전명예회장과 김병건(金炳健)부사장 95억원▶조선일보 方사장 46억원▶국민일보 趙전회장 21억원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검찰 수사에서 이 규모가 대부분 인정될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검찰 일각의 분석이다. 특가법은 포탈세액이 2억~5억원일 경우 징역 3년 이상, 5억원 이상일 때는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검찰이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논리다.

특히 '법에 따른 조세정의' 를 외치며 고발해온 사건을 불구속 기소할 경우 오히려 정치적인 표적수사였다는 비난을 자초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다 조선일보 18억원을 비롯, 국민일보와 넥스트미디어코퍼레이션이 15억원, 동아일보가 7억원의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어 사주 3명은 이 부분에 대한 형사적 책임도 함께 져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검찰 수사 도중에 발생한 동아일보 金전명예회장 부인의 사망 및 검찰과 변호인 사이의 치열한 법리논쟁 등을 고려하면 일부 사주가 구속을 면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언론사 사주 및 법인 대표들에 대해 순차적으로 구속영장 청구 등 사법처리 절차를 밟는 방안과 조사를 마무리한 뒤 다음주께 한꺼번에 사법처리하는 방법을 놓고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지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주중에 사주 등 피고발인들을 사법처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며 일괄 사법처리 가능성을 내비쳤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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