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문화편식' 심한 여름 화랑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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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여름방학을 맞아 대형기획전이 곳곳에서 열리고 있으나 관객동원에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은 서울 예술의전당 '그리스로마 신화전' (9월 30일까지).

나폴리 국립고고학박물관의 유물 1백50점을 보러오는 관객은 매일 5천여명에 달한다. 전시를 주관한 지에프의 권오성 대표는" 교과서나 미술도판을 통해 국내에 널리 알려진 작품들이 많아 관객이 친근하게 여긴다" 면서 "목표관객 25만명을 채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고 말한다. 부모 동반 초.중학생과, 친구끼리 오는 고교생이 대다수다.

특히 관련 만화나 책을 들고와 부모에게 내용을 설명해주는 초.중학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는 것이 이채롭다.

조선일보 미술관과 갤러리 현대 두곳에서 열리고 있는 '20세기 추상미술의 빛과 움직임' 전(8월 15일까지). 파리의 퐁피두 센터가 거물화상 드니즈 르네 여사와 공동기획한 국제순회전이지만 관객은 하루 3백여명에 그치고 있다.

전시를 주관한 갤러리현대의 박명자 대표는 "관객은 문화적 욕구가 큰 대학생이 주류를 차지한다. 중요하고 의미 깊은 전시인데 생각보다 관객이 적다. 추상미술이라고 하면 무조건 어렵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고 아쉬워했다.

지난 3일 호암갤러리에서 개막한 '분청사기 명품전Ⅱ' (10월 28일까지)는 주말인 지난 4일과 5일 7백여명씩의 관객이 들었다. 1993년 '분청사기 명품전Ⅰ' 의 관객이 하루 2백여명에 불과했던 것을 생각하면 관객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기대엔 못미친다.

관객의 절반 이상은 50대 이상 장년층이다. 나머지는 이들과 함께 온듯한 초.중.고생. 20~30대 관객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분청사기에 대해 "아, 그거" 하고 향수를 느끼는 계층이 장년층이라는 말도 된다. 분청사기는 청자나 백자와 달리 서민적이고 자유분방한 맛이 두드러져 '한국미의 원형' 으로까지 불린다.

이번 전시는 쉽게 보기 어려운 명품을 한자리에 모은 드문 기회다. 눈을 즐겁게,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이번 기회를 활용하는 젊은 층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한다. 방학숙제용이 아닌 문화적 즐거움을 위해.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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