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연식으로만 매기는 보험 차량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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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 달 전 광주시내에서 4중 추돌사고를 당했다. 가해 차량의 일방적인 과실이 인정돼 차량 수리비 전액을 보상받게 된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가해차량 보험회사 측에서 수리비용 5백30만원을 지불할 수 없다고 했다. 1994년식인 내 차의 자동차 보험 산정가가 1백50만원이기 때문에 차량가격보다 높은 수리비를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내 차는 94년식이지만 시내 출.퇴근용으로만 사용해 주행거리가 5만㎞도 채 안된다. 수리하면 멀쩡하게 타고 다닐 수 있는 차였다. 열흘 동안 보험회사측과 승강이를 벌이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사고가 난 뒤 차를 인근 공업소에 맡겨놓았는데 그 보관료(하루 1만7천원)를 피해자인 내가 모두 물어야 된다고 하니 마냥 맡겨놓을 수만은 없었다.

나와 비슷한 경우의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패소했다는 보험회사측 얘기에 결국 1백80만원 가량을 받고 합의했다. 그 돈으로는 차를 새로 구입할 수 없어 아직 사고 후유증으로 불편한 몸인데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병원에 다니고 있다.

정부에선 '자동차 10년 타기' 를 입버릇처럼 말한다. 차량상태가 좋을 때는 연식에 관계없이 주인의 요청에 따라 수리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제도적 보완 없이는 '자동차 10년 타기' 도 공허한 구호에 그칠 것이다.

고옥란.광주시 광산구 운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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