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공연 정보지, 화려한 치장 빈곤한 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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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아름다운 친구' (예술의전당) '문화공간' (세종문화회관) '미르' (국립극장) 등 주요 공연장에서 발행하는 회원용 월간 정보지가 점점 사치스러워지고 있다.

고급화 추세에 일찍부터 앞장 선 것은 '아름다운 친구' . 8월호의 경우 99쪽 중 23쪽을 외제 고급제품 광고로 채웠다. 고급 아트지에 전면 컬러로 꾸몄다. 무가지(無價誌)이지만 광고수입이 짭짤한 '노블레스' '오뜨' '네이버' 등 멤버십 매거진을 방불케 한다.

자칫 예술이 부유층들의 전유물인 것 같은 인상을 주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내용면에서도 기획기사뿐만 아니라 광고 형식을 빌어 자체 제작하거나 공동 주최하는 이벤트를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반해 대관공연에 대해서는 제목.일시.장소만 소개할 뿐 연주곡목은 아예 빠져 있다. 관객이 바라는 다양한 공연정보는 뒷전으로 밀린 느낌이다.

몇 안되는 기획공연으로 공연장 이미지를 제고하고 광고주들의 관심을 끌려면 지면이 점점 화려해질 수밖에 없다.

예술의전당 홍보마케팅팀이 1만5천부 발행되는 '아름다운 친구' 의 제작비로 매월 지급하는 제작비는 8백만원. 나머지 제작비는 디자인회사에서 유치한 광고료로 충당한다.

이에 반해 '문화공간' (96쪽) '미르' (50쪽)는 광고가 많지 않아 제작비 충당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라고 공연 정보지가 화려해서 나쁠 거야 없지만 제작여건이 쉽지 않은 바에야 정보제공이란 본래 목적에 좀 더 다가가는 게 어떨까 싶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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