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파노라마] 인사동 '평양 갤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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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고개 넘어 영을 넘어 버스를 타고 도시 처녀 이 산천에 시집을 와요~. "

서울 인사동의 한 건물에 등장한 '평양 갤러리' .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여자 가수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문 앞을 지키는 북한군 마네킹에 긴장한 것도 잠시, 마음은 어느새 고향에 온 것처럼 푸근하다. 점원에게 어떤 노래냐고 물어보니 "요즘 한창 북에서 인기 있는 '도시처녀 시집와요' 입네다" 라고 북한 말투로 대답한다.

평양 갤러리는 북한 풍물을 직접 만져보고 감상할 수 있는 통일문화 1번지다.

남북경협 사업으로 평양의 물품들을 수입하고 있는 유세형씨가 지난달 20일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전통주.요리책.미술작품 등 북한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생활밀착형 물품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어 실향민이나 북한학을 전공하는 젊은 대학생 등이 많이 찾고 있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산 술과 약수. 고위급만 마신다는 장뇌삼 술부터 금강산에 여행갔다 선물용으로 사오는 들쭉술까지 20여가지가 전시.판매된다. '강서약수' 나 '신덕산샘물' 은 소주병에 담겨 있어 겉보기로는 물인지 술인지 알쏭달쏭하다.

이외에도 맥주과자.콩사탕 등 과자류와 북한의 유명 화가의 그림을 전시해 놓았다.

요즘 북에서 새로운 미술 장르로 각광받는다는 '만년화' (조개 껍데기를 일일이 손으로 붙여 만든 그림)도 눈길을 끈다.

점원 이우향씨는 "평양에서 온 물건이라는 입소문이 퍼져 많은 사람들이 들른다" 며 "북한 요리에 관심있는 주부들이 요리책을 보고 적어 가기도 한다" 고 귀띔했다.

실제로 『조선료리전집』 14권에는 오리순대.찐오리 호두튀김 등 진기한 요리의 조리법을 맛깔난 사진과 함께 실어 놓았다.

갤러리에 들렀다 금강산 비디오테이프 하나를 구입한 유무종(66)씨는 "금강산에 가보지 못했으니 그림으로나마 보고 싶다" 며 "북한에서 온 물건들을 이리저리 살펴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고 말했다.

전시작품을 둘러보며 북한 문화를 음미했다면 '통일 칵테일' 로 목을 축여도 좋을 듯하다.

전시장 한켠에는 칵테일 바가 마련돼 무료시음을 해볼 수 있다. 전문 바텐더가 북한과 남한의 전통주를 섞어 새롭게 개발한 '남남북녀' '피바다' '휘파람' 등 칵테일 20여종을 골라 마시는 재미가 쏠쏠하다. 매일 오전 10시~오후 8시 문을 연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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