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의 세테크] 펀드의 증여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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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사업가 A씨는 지난해 5월 한 증권사의 주가연계증권(ELS) 2억5000만원어치를 샀다. 당시는 코스피지수가 쑥쑥 오르던 때. 직접 주식 투자를 하려니 좀 겁이 나기도 했다. 때마침 모 증권사에서 원금 95%보장에, 최대 수익률 40%인 1년 만기 ELS를 내놨다.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였다. 원금의 5%를 잃을 수도 있지만, 수익이 나면 짭짤하겠다는 생각에 투자를 했다.

그 뒤 코스피지수가 많이 올랐다. A씨는 곧 돌아올 만기 평가일을 앞두고 수익률이 궁금해 증권사에 전화를 했다. 지금 상황이라면 30% 정도는 수익이 날 것 같다는 답이 왔다. 수익금만 7500만원. 지급일에 일단 세금 15.4%를 떼고 나머지를 준다고 했다. 증권사 상담원은 “이익이 4000만원을 넘어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므로 내년 5월에 신고를 해야 한다”는 안내도 해줬다.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건 개인의 소득에 따라 다르다”는 답이 왔다. A씨는 사업 소득이 많아 이미 최고 소득세율을 적용받고 있던 터. ELS 수익에 대해 종합소득세 과세를 하면 4000만원을 넘는 3500만원에 대해 이미 낸 15.4% 말고도 23.1%를 더 납부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걸 합법적으로 덜 낼 방도가 없을까 하는 게 A씨의 궁금증이었다.

길이 있다. 만기 전에 전업주부인 부인에게 증여를 하면 된다. ELS는 수익금을 받을 때 한 번만 평가를 해 세금을 매기고, 또 증여를 해도 이전에 보유한 사람이 그동안의 이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는다. 그래서 A씨처럼 금융소득이 7500만원 정도면, 딱히 다른 소득이 없는 부인은 원천 징수하는 15.4%만 내면 된다. <본지 4월 9일자 e13면>

이전에 부인에게 많은 돈을 증여하지 않았다면 이번에 ELS를 부인에게 건네는 데 따른 증여세도 없다. 증여 시점의 평가 금액은 대략 ‘원금 2억5000만원+수익금 7500만원=3억2500만원’이 될 터. 이것만으론 배우자에 대한 증여세 공제 한도인 ‘10년간 6억원’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이건 ELS의 얘기일 뿐, 일반 펀드는 다르다. 보통 펀드는 매년 한 차례 수익을 평가해 세금을 물린다. 게다가 증여를 하는 시점에서도, 마지막 과세 이후의 수익을 한 번 더 계산해 소득세를 내게 한다. 물론 앞으로 들어올 펀드 수익까지 생각한다면 지금 증여하는 게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어쨌든 일반 펀드의 경우 당장 세금을 줄이는 효과는 없다.

ELS와 이름이 비슷한 ‘ELF(주가연계펀드)’도 일반 펀드와 같다. 사실 ELF는 ELS에 투자하는 펀드다. 하지만 ‘펀드’라는 이유로 ELS와는 다르게 과세된다. 여느 펀드처럼 보유 기간에 올린 이익에 대해 세금을 내고 나서 증여를 하게 된다.

주가 변동이 유난히 심했던 지난해와 올해 사이에 투자했던 펀드나 ELS·ELF에 대해 증여에 따른 절세 방안을 찾는 투자자가 많다. 하지만 증여를 할 때 이렇게 상품마다 세금 매기는 방식이 다른 점에 유념해야 절세 효과를 제대로 얻을 수 있다.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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